'돈은 돌아야(循環) 돈이지, 돌지 않는 돈은 돈(狂) 돈이다'라는 우스개가 있다. 상거래에서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계속 유통돼야 할 돈이 순환되지 않아 더 이상 돈의 역할을 못하는 돈이 적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등산 갔다가 잃어버렸거나 화폐수집상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동전, 외국인이 기념으로 가져간 동전들은 실생활에서 돈의 역할을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장롱 밑이나 돼지저금통,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동전도 마찬가지다.우리나라 동전은 6종(1원,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이 있다. 이 가운데 1원과 5원짜리는 일반적인 상거래에서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1992년 이후 사실상 발행이 중단된 상태다.
10원짜리는 매년 많은 양이 발행되고 있으나 일반 국민이 10원짜리를 유통시키기보다 어딘가에 방치함에 따라 실질적 유통 수명이 매우 짧은 것으로 추정된다. 100원짜리와 500원짜리는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데, 최근 동전 종류별 환수율(발행 잔량 대비 한국은행으로 환수된 양)을 보면 500원짜리가 3.3%로 10원짜리보다 8배 이상 높다.
현재 한국은행이 발행한 1원짜리 5억6,000만개와 5원짜리 2억2,000만개는 유통이 거의 안되기 때문에 모두 '사라진 돈'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다른 동전도 발행된 총량 가운데 일정한 비율 만큼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액면이 작고 돈의 크기도 작을수록 사라지는 비율은 높아진다. 우리나라 동전 중 약 5억∼6억개 정도가 해마다 사라진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동전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제 가치를 유지하지 못해 쓸모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1970년대만해도 1원짜리나 5원짜리를 분실하면 열심히 찾으려고 노력했겠지만, 물가가 많이 올라 지금은 10원짜리를 길에서 발견해도 애써 주우려고 하지 않는다.
또 10원짜리를 모아서 물건을 사려고 해도 값어치가 낮아져 웬만큼 모아서는 살만한 물건도 없고 운반도 힘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거래 과정에서 사라지게 된다.
한 해 동안 동전을 새로 찍는 데 수백억원의 자원이 낭비된다. 동전을 집안에 모아두지 말고 가급적 물건을 사는데 바로 이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박운섭 <한국은행 발권국 차장>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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