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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국내 순회 독주회여는 첼리스트 장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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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국내 순회 독주회여는 첼리스트 장한나

입력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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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로 벌써 스물 셋. 젖살이 덜 빠진 듯 포동포동한 얼굴에 자못 심각한 표정을 띤 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첼로를 켜던 귀여운 꼬마가 상큼한 숙녀가 됐다. 10년 전인 1994년 로스트로포비치 국제콩쿠르에서 만11세최연소로 최고상과 현대음악상을 차지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소녀. 첼리스트 장한나. 그동안 세계 각지에서 어지간한 주요 오케스트라, 주요지휘자와는 다 협연해봤고, 독주회를 했고, 네 장의 음반을 냈다.스스로 돌아보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최근 두 달 간의 연주여행에서 돌아와 뉴욕의 집에서 전화를 받은 장한나는 의젓했다. “글쎄요. 지금은 내면의 소리에 훨씬 더 귀를 기울이고 나만의 음악적 목소리를 찾아내 가꾸려고 애쓴다고 할까요. 자기만의 소리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이제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니까요. 음악은 시간을 초월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완벽이란 없어요. 끝없이 성숙해야죠. 그동안 해온 것처럼 꾸준히그리고 천천히 나아가고 싶어요.”

‘신동’이니 ‘천재’니 하는 호들갑은 이제 접기로 하자. 가끔 상업성과맞물려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는 이런 찬사를 들을 시기는 진작에 졸업했으니까. 그런 말을 전부 걷어내고 냉정하게 음악만 갖고 평가해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큼 훌륭하게 성장했으니까.

지난해 내놓은 그의 네 번째 음반을 그 증거로 제시할 수 있다. 안토니오파파노의 지휘로 런던심포니와 함께프로코피에프를 녹음한 이 음반(EMI발매)은 독일음반협회의 ‘에코 클래식상’ 최고협주곡 음반,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2003년 최고의 협주곡 음반, 올 봄 프랑스 칸음반박람회에서 솔리스트, 오케스트라 부문 최고 음반으로 뽑혔고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음반상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셈이다.

국제무대 데뷔 10주년을 맞아 그가 17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 등 국내 10개 도시를 돌며 독주회를 한다. 혼자 무대에 올라 리게티의 무반주 첼로소나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5번, 브리튼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연주한다. “혼자서 연주할 때 주어지는 자유로움과 책임감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첼로만의 음악적 소리가 어떻고, 연주기법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브리튼의 곡은 10년 전 로스트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연주해 현대음악상을 받았던 곡이라 제게 특별하죠. 리게티를 넣은 것은 생존작곡가는 어떻게 첼로를 느끼고 음악을 쓰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서죠.”

앳된 목소리는 여전한데, 차분하고 야무진 말솜씨가 속이 꽉 찼구나 싶은게 예사롭지 않다. 하기는 어릴 때도 한나는 ‘애늙은이’였다. 열 두 살때부터 말러를 좋아했단다. 무겁고 어렵기로 유명한 말러의 음악에 빠진 꼬마라니. 또 소문난 책벌레이기도 하다. 하버드대에 들어가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음악에만 갇히지 않고,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위해서다.

구체적 전공과목은 ‘마음ㆍ두뇌ㆍ행동.’ 의식과 무의식, 몸과 마음의 관계를 다루는 것으로, 철학과 심리학, 행동과학의 통합분야이다. 문학 강좌는 마음대로 골라 듣는다. 입학하자마자 톨스토이론을 들으며 톨스토이 작품을 몽땅 읽었다고 한다. 연주와 학업을 병행하는 게 힘들어서 지금은 1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상태.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이들이 장한나를 받쳐줬다. 로스트로포비치를 비롯해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와 로린 마젤 등이 그의 후견인을 자처했다. 특히 2001년 타계한 시노폴리는 7개 국어에 능통한데다 정신분석학과 고고학, 역사학 등에 밝은 학자이기도 했는데, 늘 폭넓은 지식과 교양을 강조하며 가르침을 아끼지 않았다.

외동딸의 음악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의 뒷바라지야 말할 것도없다. 요즘도 연주여행을 할 때면 항상 어머니가 동행한다. “아빠는 스물다섯이 되면 혼자 연주여행을 하라고 그러시죠. 자식에게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부모님이 안 됐다구요? 저한테는 그게 얼마나 좋은데요. 즐기고 있는 걸요. 하하.”

/오미환기자 mhoh@hk.co.kr

◆공연 일정=17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20일 대구 학생문화센터, 21일 부산 시민회관,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27일 춘천강원대 백령문화관, 28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30일 수원 경기도문화예술회관, 31일 광주 문화에술회관, 9월 2일 울산 문화예술회관, 9월 4일제주 문화예술회관. 예매 티켓링크 1588-7890 문의 (02)74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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