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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문턱 갈수록 높고 카드 현금서비스한도 줄고/돈 가뭄…서민 목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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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문턱 갈수록 높고 카드 현금서비스한도 줄고/돈 가뭄…서민 목탄다

입력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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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3)씨는 최근 급하게 2,000만원을 쓸 일이 생겨 모은행 창구를 찾았다가 500만원밖에 대출받지 못했다. 김씨가 은행권 개인 총 대출한도인 3,000만원 중 2,500만원을 다른 은행에서 빌려 썼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는 "과거에는 한도 제한 없이 여러 번 대출을 받았다"고 따졌으나 "신용불량자나 카드 연체자는 아예 한푼도 대출해주지 않는다"는 말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금융기관의 문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은행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연체율 증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서민들이 신용대출을 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일반자금(가계대출 중 주택 담보대출을 제외한 금액) 대출 잔액은 이전보다 줄어들거나 증가폭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흥은행의 일반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 3월말 8조6,262억원에서 6월말 8조3,529억원으로 3.2%가 줄었으며 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4,000억원이 감소한 43조원에 그쳤다. 신한은행은 잔액이 2.2% 늘었으나 지난해 동기의 증가율보다는 10% 이상 낮은 수치다.

'묻지마' 현금서비스로 카드 대란을 일으켰던 6개 전업 신용카드사도 지난해 6월말 33조4,776억원에서 12월말 26조3,834억원, 올 3월말 25조8,423억원 등으로 현금서비스 한도를 계속 줄이는 추세이며 삼성, 대한, 교보생명도 지난 연말보다 신용대출을 14.8%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자금 사정이 심각한 고객들이 주로 찾는 상호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6월말 2조5,600억원에 달했던 저축은행 업계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연말 2조3,800억원, 올 3월말 2조2,000억원대로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10명 중 4,5명에게 대출을 승인해줬던 대부업체도 올들어 대출 승인률이 10%대로 뚝 떨어졌다.

서민금융기관에서도 대출에 실패할 경우 결국 연 1,000%의 살인적인 이자를 물고 사채를 쓰거나 결국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올 상반기 개인파산 신청이 지난해 전체 수치에 육박했다는 대법원 발표를 두고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는 징조로 풀이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서민 금융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면 소비 회복을 통한 경기 회복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며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서민들의 자금난을 완화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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