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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경찰의 한심한 검거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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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경찰의 한심한 검거작전

입력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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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살해 용의자 이학만(35)씨가 집에 침입했다는 제보를 경찰이 받은 것은 8일 오후 6시37분. 그리고 서울 방화3동 H빌라에 경찰관들이 도착해 이씨를 검거한 것은 6시55분으로 겨우 18분이 걸렸다. 인질이 됐던 박모(48·여)씨는 이 짧은 시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아들을 통해 신고에 성공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경광등을 켠 채 요란스럽게 사이렌을 울려대는 경찰차들이 몰려오자 오금을 저려야 했다. 흥분 상태에 있던 이씨를 겨우 달래 놓았으니까 조용히 와서 체포하라고 신신당부했지만 경찰은 경광등과 사이렌도 모자라 초인종을 누르고 문까지 두드렸다. 박씨가 기지를 발휘해 외손자를 안고 화장실로 피신하지 않았던들 자포자기 상태에 있던 이씨에게 무슨 봉변을 당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화장실 문에 대고 "아줌마 문 열어요. 나 죽어요"라며 박씨를 회유해 인질극을 벌일 생각을 했다. 경찰관이 이씨가 눈치채지 않게 조용히 와서 조직적으로 출입문을 막고 집안으로 들어왔다면 박씨가 이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거 장면을 지켜본 박씨 이웃들은 "인질의 안전은 생각도 않느냐"며 경찰에 적지 않은 불만을 내비쳤다. 112로 경찰에 신고를 했던 박씨의 아들 신모(28)씨도 "경찰 때문에 어머니가 하마터면 큰 일을 당할 뻔했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쇄살인 용의자 유영철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시민의 제보와 기지로 용의자가 붙잡혔다. 경찰은 이에 대해 "시민의 협조에 의한 수사가 '저비용 고효율' 수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 검거 과정에서 보여준 어설픈 모습으로 경찰이 '협조'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시민들은 상당히 의아해 하고 있다.

/신기해 사회1부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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