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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KBS2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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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KBS2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

입력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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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 2TV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은 절대로 ‘간단한’ 게임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노래 부르다 쟁반이나 맞는’ 간단한 코너 같지만, 영화 한 편은 너끈히 만들어낼 수 있는 온갖 장치들이 숨어있다.게임의 룰부터 그렇다. 다섯 명의 출연자가 나와 10번의 기회 동안 노래를 다 따라 불러야 하니 기본적으로 음정ㆍ박자를 맞추는 능력에 기억력이 필요하고, 자기 혼자 잘하면 안되고 모두 잘해야 하니 협동과 작전능력도 필요하다. 또 잘못하면 숱하게 쟁반에 맞게 되니 ‘액션’도 들어간다.

어디 그뿐인가. 노래 부르기에 앞서 워밍업으로 진행되는 ‘책가방 토크’는 질문형식으로 출연자들의 비밀을 고백하게 한다는 점에서 토크쇼이자 일종의 ‘진실게임’이고, 최근에는 60초안에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과제를 해결하면 노래를 부르는 도중 찬스를 한 번 더 쓸 수 있도록 하는 ‘뻥이요’ 게임을 신설해 ‘서스펜스’도 있다. 또 역시 예전과 달리 처음 개봉된 내용 속에 그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이중으로 숨겨놓는 찬스가 있어 ‘반전’도 등장한다.

MC 유재석이 “초미니 세트에서 초대형 스타와 함께”라고 말하는 것처럼, ‘쟁반노래방’은 ‘초미니 세트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스펙터클 버라이어티 게임’이다. 처음에는 출연자들이 동요를 따라 부르다가 쟁반에 맞는 모습을 즐겼던 단순한 코너가, 어느덧 프로그램 전부를 차지하는 ‘블록버스터’ 코너가 된 것이다.

‘쟁반노래방’이 이렇게 크고 복잡해진 이유는 간단하다. 제일 재미있는 코너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구색맞추기 코너는 필요없다. 쉴새 없이 리모콘이 돌아가는 요즘, 이런 코너들은 시청자에게 잔인하게 버림받는다. 그러니 제작진은 더 재미있는 코너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코너의 구석구석을 다 뒤져서 그것들을 모두 게임의 아이템으로 만든다.

그래서 게임은 점점 복잡해지고, 그러다 보면 코너에는 ‘스토리’와 ‘시스템’이 생겨난다. 이를 통해 인기코너는 어느덧 프로그램 전체 분량과 맞먹게 되고, 시청자들은 누가 출연했는지 보다 게임의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재미에 빠지게 된다.

특유의 스타 기질과 애드리브가 빛났던 신동엽_이효리와 달리 유능한 재담꾼이기는 해도 프로그램을 ‘휘어잡는’ 스타일은 아닌 유재석_김제동이 더욱 수월하게 코너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시간짜리 코너 ‘브레인 서바이버’에서 ‘낙엽줄’(나이든 연예인만 앉는 줄)의 리더가 조형기에서 김흥국으로 바뀌어도 프로그램의 재미에는 큰 차이가 없는 이유와 비슷하다.

시청자들은 재미있는 코너‘만’ 원하고, 그 요구에 부응하려면 쉴새없이 코너를 발전시켜서 코너 자체의 재미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 덕에 제작진들은 미칠 지경이겠지만, 대신 몇명의 스타 MC나 출연자에 의존할 필요는 점점 사라진다. 어쩌면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스타의 말장난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는 오락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쟁반노래방’의 제작진들은 쟁반 모서리로는 또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요즘은 잘 나가려면 ‘독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냥 옛날처럼’을 외치는 순간, 리모콘은 돌아간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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