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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동북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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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동북아공동체

입력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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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시안컵 축구에서 한국은 4강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일본과 중국의 결승전을 지켜봐야 했다. 결승전은 '청일전쟁'으로 불릴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어느 나라가 우승하느냐보다 전력에서 한 수 위로 보이는 일본이 이길 경우 중국인들이 어떻게 나올지가 더 주목거리였다. 과연 팔로군복장까지 하고 나온 중국의 치우미(球迷·축구팬)들은 패배 후 격렬하게 행패와 난동을 부렸다. 그들이 경기 내내 외친 "소일본(小日本) 타도"의 구호는 결국 자신들이 대중국(大中國)이라는 것이었는데, 경기 후의 행동은 결코 대중국답지 않았다.■ 그 꼴을 보며 처음으로 일본보다 중국이 더 미워졌다는 사람들이 있다. 고구려사 문제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대진표 상 우리와 중국은 결승전에서 만날 수 없게 돼 있었다. 이란을 꺾고 4강에 올라 불패의 전통을 살려 또다시 중국을 꺾었다면 중국팬들은 그 때 한 바탕 난리를 피웠을지 모른다. 그만큼 양국민의 감정은 나빠졌다. 중국땅에서 한-일 결승전이 벌어졌다면 중국관중은 양 팀 모두에게 야유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우리와 중국이 이번에 축구대결을 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잘된 것처럼 생각된다.

■ 한중일 3국 모두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자는 말은 하고 있으나 세 나라의 감정은 얽히고 설킨데다 역사적 구원(舊怨)에 신원(新怨)이 중첩된 상태다. 고구려사 왜곡은 한-중 외교문제로 번졌고, 중-일관계에서는 센가쿠(尖閣)열도 영유권 분쟁과 교과서 왜곡등 역사갈등으로 최근 3년간 정상외교가 중단된 상태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기로 했지만,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억지와 교과서 왜곡은 여전히 잠복해 있는 한-일 갈등요소다. 같은 한자문화권인데도 동북아의 통합이 유럽과 달리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 3국이 자국 중심의 민족주의 역사관을 극복, 지역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동북아공동체를 만들자는 논의는 무성하다. 동북아가 중심이 된 아시아 통합은 유럽과 함께 미국의 세계지배에 맞서는 천하 삼분지계(三分之計)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이 주도해 온 '기러기대형 발전모델'은 무너져 이미 아시아시장이 통합됐으며, 중국의 고도성장이 그 원동력이라고 분석한 학자도 있다. 동북아 교류의 매개자, 국제적 갈등의 완충지, 선·후진경제의 조정자로서 한국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대중국'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문제는 결국 중국이다.

/임철순 논설위원실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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