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31일 공포된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은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685㎞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마루금(산 정상 줄기)으로부터 양 옆 300m까지는 핵심구역, 700m까지는 완충구역으로 지정해 임야 개발을 제한하는 법률이다. 전국적으로 6개 도, 32개 시·군이 법률 적용 지역이 되기 때문에 '광역 그린벨트'라고도 칭한다.핵심·완충구역 등 보호지역에서는 군사 및 공공시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개발행위가 금지된다. 따라서 관광레저 시설이 들어설 수 없고 주택을 신축할 수 없으며 증개축도 극히 제한된다. 32개 시·군 중에서 가장 폭 넓게 제약을 받는 지역은 강원 태백시로 시가지는 물론 시 청사까지 대상 지역에 포함돼 있다.
태백시는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45개 탄광 중 42개가 문을 닫으며 경제가 황폐화됐다. 이후 태백 삼척 정선 영월 등 폐광 지역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과 눈물겨운 투쟁으로 95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이 제정돼 카지노 등으로 경제 회생의 단초가 마련된 상황에서 정부는 다시 백두대간법이라는 족쇄를 채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으로 태백시는 시 면적의 56.7%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고 33개 시 사업 중 26개 사업이 불가능해진다. 강원도는 폐광 지역 개발사업 72개 가운데 52개가 불가능해진다.
특히 법 시행 6개 월을 앞두고 현지 실사를 하는가 하면 보상책도 없이 재산권을 규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댐 건설법, 낙동강 관련 법, 발전소 관련 법은 모두 구체적인 주민보상을 명시하고 있다.
환경부는 2002년 12월 차관 회의에서 관리구역 지정시 태백시와 합의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태백시 면적의 절반 이상을 지정했다. 환경보호의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백두대간 인근 다수 주민의 행복권, 재산권을 무참히 말살해도 되는 것인지 균형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 현재의 백두대간법은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배제한 일방적인 규제성 법률이다.
백두대간법은 폐특법과 상충되는 등 불합리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규제와 보전, 주민생존권과 지역 균형발전 간에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폐특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특례조항을 도입하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하며 개발을 무조건적으로 백안시하는 시각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민심 이반을 막고 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96년 건설교통부가 지정한 탄광지역 개발 촉진 지구(191㎢) 중 백두대간 생태축 능선 이외의 지역은 백두대간법에서 제외하는 등 하루 속히 보완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용화 태백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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