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원두막 얘기를 했다. 어린시절 나와 동생은 원두막에서 신선처럼 놀고, 어머니 역시 그런 우리를 어린 신선처럼 대접해주어 선풍기 하나 없이 여름을 나면서도 그렇게 크게 더운 줄 모르고 살았다는 얘기를 했다.그 글을 보고 어떤 사람이 말했다. 요즘 엄마들 역시 집안에서 자식을 신선처럼 대접해 이번 여름이 아무리 덥다 해도 아이들은 더운지 모른다는 것이다.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놓은 거실에서 엄마가 옥수수 쪄 먹이고, 수박 쪼개 먹이고 하니까 그 집의 어린 신선이 "어른들은 이런 날씨를 가지고 뭐가 덥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란다. 하긴 그 엄마도 어린시절 어머니가 방을 닦던 걸레조차 너무도 하얗게 빨아 말려놓는 것을 보고, 그것을 어머니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취미생활'로 여겼다고 했다.
돌아보니 나는 지은 죄가 더 많았다. 어떤 힘들고 괴로운 일 앞에서도 어머니는 당연히 그래도 되고, 나는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았다. 틈틈이 속을 썩이는 것도 내 권리와 어머니의 의무인 줄 알았다. 시골집에 전화를 걸어 남은 여름 잘 보내시라고 말하는데, 왈칵 목이 메어왔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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