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000자 춘추]방학숙제용 음악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000자 춘추]방학숙제용 음악회

입력
2004.08.10 00:00
0 0

방학을 맞은 요즈음은 음악계의 소위 ‘청소년음악회 특수(特需)’ 기간이다. 언뜻 생각하면 휴가철에 누가 답답하게 음악회장을 찾겠는가 싶지만, 청소년음악회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고 방학숙제를 위하여 공연장을 찾는 학생들로 만원이다. 간혹 약삭빠른 친구들이 음악회 참석의 유일한 ‘증거’인 프로그램과 티켓을 구해 음악회의 첫 음도 듣지않고 사라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음악회에 유료관객이 많다는 점에서 행복한 시즌이다. 그런데 이만큼 양적으로 늘어난 교육용 음악회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세계 일류 교향악단들을 보면 저마다 별도의 기획부서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전담해 연령별로 세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그 프로그램들은 일회성이 아니고, 시리즈물이다. 어려서부터 따르다 보면 언젠가 수준 높은 청중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마디로 미래 청중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아직도 많은 청소년음악회들이 일회성이며, 때론 무성의한 것이 사실이다. 보통 음악회에 해설이 있다든지, 청소년 협연자가 나온다든지 하는 정도로 타이틀만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일 뿐이다.

클래식 음악을 대중화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준 높은 교육음악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그저 우스개 몇 마디와 유치한 비유들로 어린 청중들을 현혹하는 해설과 진부한 레퍼토리들만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미래의 청중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미래의 음악가를 기르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라도 그것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청중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박영민 지휘자ㆍ추계예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