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시골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비빔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간 후 돌솥 비빔밥을 처음 접하면서 취향이 바뀌었다. 매주 한 번씩은 비빔밥을 꼭 먹었을 정도였다. 군대에 있을 때조차 휴가를 나올 때마다 꼭 몇 그릇씩 비운 후 귀대를 하곤 했다.갑자기 무슨 비빔밥 얘기냐고 생각할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비빔밥은 재테크와 유사점이 있다. 퓨전 상품이라고 해서 이것 저것 섞어서 만든 비빔밥 같은 금융 상품 얘기다.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테크에 있어서 비빔밥은 실제 음식과는 달리 그리 맛 있는 음식은 아니다.
먼저 혼합형 펀드를 보자. 펀드는 크게 채권형펀드, 주식형펀드, 혼합형펀드로 분류된다. 혼합형펀드는 주식형과 채권형 사이에 위치하는 펀드로 주식에 30∼60% 이하로 투자하면서 주식과 채권시장의 동향에 따라 운용사나 펀드매니저가 주식과 채권 편입 비율을 조절하는 펀드다.
이 펀드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형펀드에 처음 발을 담글 때 가입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뒤집어 보면 주식형의 장점도 채권형의 장점도 제대로 못 살린 애매모호한 상품이 될 수 있다.
또 내게 맞는 재테크가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즉 공격적인 성향이면 주식 비중을 높이고, 보수적이면 낮추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 혼합형펀드는 고객의 판단이 아닌 펀드매니저의 판단으로 그 비중을 조절한다. 그래서 주식에 관심이 많으면 주식형펀드에, 주식이 싫고 안전한 채권이 좋으면 채권형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또 하나의 사례는 저축성보험이다. 보험도 둘로 나누자면 위험 보장에 충실한 보장성 보험과 보험의 기능은 물론 저축의 기능을 갖춘 저축성 보험으로 분류된다. 이 보험은 '보험+저축'의 일석이조 상품으로 홍보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익률로 측정되는 저축의 기능도, 보장의 금액과 항목으로 측정되는 보험의 기능도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냥 보장성보험으로 위험 보장을 받고, 다른 금융상품으로 저축의 목적을 추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심영철/웰시안닷컴 대표 godcare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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