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이 한·중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과 고구려 역사ㆍ문화를 조명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동북공정 실태가 알려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판계에 불고 있는 ‘고구려 바람’을 타고 나온 책들은 중국이 고구려사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중국의 역사해석은 무엇이 잘못인지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유적 현장답사나 벽화를 통해 고구려 풍속을 소개한 책도 여러 권 나와 모처럼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과 화려한 문화를 맛볼 좋은 기회이다.
◆ 동북공정의 실체를 알고 싶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주도하는 역사왜곡사업인 동북공정의 실체와 중국 학자들의 고구려사관을 엿보기 위해서는 백산학회에서 펴낸 ‘고구려는 중국사인가’(백산자료원 발행)를 읽는 게 좋다. 고구려는 중국 변경의 지방정권이며, 고구려와 수ㆍ당의 전쟁은 내전이었다는 중국학자들의 글을 그대로 번역해 실었기 때문이다.
중국학자들 중에는 사회과학원 내 변강사지연구중심에서 동북공정을 주도하고 있는 마다쩡(馬大正), 리다룽(李大龍)은 물론 오래 전부터 고구려 연구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동북지역 학자 류쯔민(劉子敏), 겅톄화(耿鐵華) 등이 포함돼 있다. 물론 이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반박도 함께 실었다.
고구려연구회 연구위원을 맡고 있는 윤명철 동국대 겸임교수가 낸 ‘역사전쟁’(안그라픽스)은 동북공정을 문답식으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윤 교수는 중국의 역사왜곡을 비판해야 마땅하지만, 민족주의나 탈민족주의에 치우친 고구려사 해석을 경계하고 동아시아의 시각에서 고구려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일보 시사미디어에서 낸 ‘광개토대왕이 중국인이라고?’ 역시 동북공정의 연구내용과 중국식 역사해석의 허구성을 여러 학자들의 글을 통해 분석했다.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처하기 위해 출범한 고구려연구재단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최광식 고려대 교수가 문고본으로 낸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살림)도 동북공정 전반을 소개한 책이다. 최 교수는 특히 중국이 적극적으로 역사왜곡에 나선 것은 남북통일 후 중국 동북지방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북한의 망명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끈다. 서영수(단국대), 박선영(포항공대) 교수 등의 글을 모은 ‘대고구려역사 중국에는 없다’(예문당)도 중국의 역사왜곡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 벽화와 유적으로 만나는 고구려
세계가 감탄하는 고구려 유산 중 하나는 벽화다. 고구려 고분벽화 전공인 전호태 울산대 교수가 쓴 ‘벽화여, 고구려를 말하라’(사계절)는 강서대묘, 덕흥리 고분, 진파리 4호분 등 북한의 고구려 무덤은 물론, 오회분 4ㆍ5호묘, 쌍영총, 무용총 등 중국에 남아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대표 그림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자세히 설명했다. 벽화를 부귀영화의 모습, 신과의 소통, 하늘에 대한 인식 등으로 나누고 숨은 비밀이라도 캐듯 궁금한 것을 물어가며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1998년에 중국 지안(集安)에서 광개토대왕비를 보고 현기증을 느껴 고구려 공부에 몰두했다는 사진작가 전성영씨의 ‘천리장성에 올라 고구려를 꿈꾼다’(한길사)는 고구려 성 이야기다. 수나라와 접전을 벌인 백암성에서, 도읍 오녀산성, 국내성, 환도산성, 최남단 전진기지인 충북 충주의 국원성 답사 이야기가 컬러 사진과 함께 담겨 있어 고구려의 기상이 어느 책보다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온지는 제법 됐지만 고구려 유적 답사기로는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의 ‘고구려 역사유적 답사-홀본ㆍ국내성편’(사계절)만한 책이 없다. 10년에 걸친 현장체험이 녹아 있는 데다, 자료가 풍부해 직접 가서 보는 것보다 더 상세하고 실감나게 중국 내 대표적인 고구려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다.
이밖에 최근 나온 고구려 학술서로 신형식 상명대 초빙교수의 ‘고구려사’(이화여대출판부 발행), 노태돈 서울대 교수의 ‘고구려사 연구’(사계절 발행), 임기환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의 ‘고구려 정치사 연구’(한나래 발행) 등이 있다. 고구려사를 개관한 서병국 대진대 교수의 ‘펼쳐라 고구려’(서해문집 발행)는 청소년층부터 성인까지 두루 읽기 좋은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