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의 개막(13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근대 올림픽 첫 대회가 열렸던 ‘올림픽의 성지’ 그리스에서 108년 만에 치러지는 뜻 깊은 대회지만, 시차 탓에 주요 경기가 국내 시각으로는 한밤중에 열리는데다 장기불황의 영향으로 국민들의 열기가 그리 뜨겁지는 않다.그러나 방송사들은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가 전해지면 상황은 달라져 ‘올림픽 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생생한 중계에 다양한 볼거리를 곁들이는 ‘재미있는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KBS는 타 방송사에 비해 많은 채널을 보유한 강점을 살려 1TV에서는 기록경기와 격투기, 2TV는 구기종목을 중심으로 가능한 전 경기를 중계한다는 방침이다. 또 북한 경기도 적극적으로 편성해 명실상부한 ‘국민 축제의 구심점’ 노릇을 하겠다고 벼른다.
주로 밤 12시 이후에 치러지는 경기생중계 외에도 1TV는 오전 11시~오후 5시에 주요 경기를 녹화중계하고, 2TV에서는 오전 8~9시에 하이라이트 특집을 마련해 밤사이 벌어진 경기소식을 압축해 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박주봉(배드민턴), 김경욱(양궁), 유인탁(레슬링), 여홍철(체조), 안재형(탁구), 박찬숙(농구) 등 왕년의 스포츠 스타 24명으로 구성된 해설진을 비롯해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134명의 중계팀을 아테네에 파견했다. KBS는 특히 한국 방송사상 처음으로 ‘국제신호’ 제작에 참여, 24명의 스태프가 한국의 메달 밭인 양궁과 태권도 경기를 직접 제작해 전세계 방송사에 공급한다.
MBC는 시드니 올림픽 스타인 ‘초롱이’ 강초현(사격)을 비롯해 김수녕(양궁), 방수현(배드민턴), 김주성(축구) 등 해설자 21명과 캐스터, 기술진 등 108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또 ‘뉴스데스크’의 김주하 앵커가 아테네 현지에서 생방송으로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MBC는 또 가상현실(VR)을 활용한 3D 입체 화면을 한단계 업그레드한 PR(Pre-rendering Reality) 시스템을 도입, 시청자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누비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영상을 제공할 계획. 또 6㎜ 캠코더와 전용 편집기를 갖춘 대학생 VJ들을 현지에 파견, 경기장 밖에 찍은 화면을 중계 사이사이에 소개할 예정이다.
신문선(축구), 최윤희(수영), 심권호(레슬링), 장윤창(배구) 등 해설자 17명을 비롯 101명을 파견한 SBS는 KBS, MBC에 비해 적은 인력 등 경기중계에서의 열세를 상업방송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방송진행’으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국내 오픈스튜디오에서 현지에서 전해오는 소식을 재가공해 전달하는 특집을 마련한다. 베테랑 MC 임성훈씨가 진행을 맡고, 강호동 김제동 등 인기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또 선수가족이나 선배들이 선수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등 다양한 소품을 많이 준비했다.
한편 스카이라이프는 국내 유일의 24시간 HD(고화질)채널인 ‘스카이 HD’(300번)을 통해 개ㆍ폐막식과 육상 유도 수영 체조 핸드볼 등 13개 종목의경기를 매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하루 20시간씩 중계한다. 지상파 3사도 스카이라이프와 함께 미국 NBC와 일본 NHK, 호주의 CH4 등 4개국만 참여한 HD방송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나,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송을 분리 편성할 수 없는 제약 때문에 낮 시간대 일부 경기만 HD로 중계한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지상파 3사 여성 메인 올림픽 방송 케스터
지상파 3사는 올림픽 방송 전반을 이끄는 메인 캐스터에 여성 아나운서를 발탁, 올림픽 중계 사상 처음으로 남녀 더블 캐스터 체제로 운영한다. 아테네 올림픽 ‘안방마님’이 되는 행운을 잡은 여성 메인 캐스터 3명의 각오를 들어봤다.
"유쾌하고 신나는 방송을"
KBS의 이지연 아나운서는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스포츠 중계의 특성 때문에 부담도 크고 겁도 난다”면서도, 신혼인 파트너 신영일 아나운서에게 “당분간은 나를 아내처럼 생각하라”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대다수 여성들처럼 스포츠 문외한이었던 그녀는 최근 몇 달 간 ‘스포츠세상’의 ‘스타 대 스타’ 코너를 맡아 태릉 선수촌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국민을 대표해 응원하러 가는 기분이에요. 선수들 열심히 격려하면서 즐겁고 유쾌하고 신나고 감동적인 방송을 하겠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진행에 주력"
박경추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출 MBC의 박혜진 아나운서도 그동안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었다. 라디오 프로그램 ‘박혜진의 모두가 사랑이에요’와 주말 정오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그녀는 방송 틈틈이 경험 많은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올림픽은 물론 아테네에 대한 각종 자료와 기사를 꼼꼼히 검색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우선 생동감 있는 진행에 주력하면서 시청자들이 매 경기는 물론, 올림픽 전반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신경을 쓰려고 해요. 우리 선수들의 선전 등 시원한 소식을 많이 많이 전해드리고 싶어요.”
"튀기보다 차분하게 진행할 터"
정성근 아나운서와 함께 SBS 메인 캐스터로 발탁된 이혜승 아나운서는 3년 반의 짧은 경력에 비해 큰 행사 진행을 자주 맡았다. 또 스포츠 중계 경험은 없지만, 2002 월드컵 당시 ‘아이러브 사커’ ‘월드컵 우리가 간다’ 등 특집 프로그램의 MC, SBS 골프대회 개회식 사회를 맡는 등 스포츠와 인연이 꽤 깊다. “운이 좋아 발탁됐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오락 프로그램과 뉴스를 두루 거쳐 너무 경직되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타 방송을 의식해 튀기보다는 차분하게 진행할 생각이에요."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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