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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녀와 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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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녀와 야수'

입력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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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성서의 말씀만큼 디즈니 뮤지컬‘미녀와 야수’의 주제를 잘 설명해주는 구절도 없다. 모든 걸 갖추고 사랑만 갖추지 않은 한 젊은 왕자가 야수로 돌변하게 된 비극도 이 구절로 설명할 수 있다. 왕자를 그렇게 내버려 두는 바람에 ‘연좌제’의 저주에걸려 몽땅 찻잔이며 촛불, 시계 따위로 변한 왕자의 보좌진도 마찬가지다.프랑스의 오래된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그걸 다시 뮤지컬로 만든‘미녀와 야수’는 장르를 넘나들며 더욱 정교해졌다.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오페라를 듣는 듯한 착각을 주는 알란 멘켄의 멜로디는 애니메이션보다 뮤지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아리따운 벨(조정은)이 부르는 첫 노래 ‘벨’, 벨을 좋아하는 마초 맨 개스통(이정용)의 우스꽝스런 ‘개스통’, 저주에 걸린 성의 식구들이 벨을 위해 성찬을 마련한 뒤 부르는 ‘비 아우어 게스트’ 등. 노래에는 어깨가 들썩여지는 흥겨움과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진심이 함께 담겨 있다.

본디 선한 마음을 갖추었으나 그걸 꺼낼 방법을 몰라 야수로 돌변한 왕자(현광원), 그 왕자를 저주에서 구해낼 선량한 벨이라는 기본 관계설정부터마초남 개스통과 그의 하수인인 르푸가 벌이는 슬랩스틱 쇼까지 이야기에어느 하나 빈 구석이 없다. 웃겨야 할 곳에서 웃기고 갈등이 생길 곳에서갈등이 생긴다. 현란한 무대와 눈부신 무대전환까지 전형적인 디즈니 스타일의 뮤지컬이다.

뒤집어 보면, 여간 잘하지 않으면 배우들의 진가를 느끼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배우들은 뜨거워야 할 대목과 관객의 호흡을 죄었다, 풀었다할 대목을 놓쳤다. 잘 훈련되었지만 감성을 전달하는 데는 모자랐다. 2막에 준비한 개스통과 왕자의 ‘비 오는 날 결투’ 대목에 이르러 관객을 흥분시키긴 하지만 말이다.

3일 끝난 ‘토요일 밤의 열기’가 춤과 앙상블로 객석을 흔들어 놓았고, 공연중인 ‘지킬 앤 하이드’가 류정한과 조승우의 열정적 연기로 객석을감전시킨다면, ‘미녀와 야수’는 완벽한 작품성으로 관객을 안심시킨다.사랑의 향기가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하지만 배우의 매력에 빠지기는 어려운 뮤지컬이다. 힘찬 심장박동을 느끼고 싶거나, 판타지에 푹 빠져보고싶은 뮤지컬 마니아에겐 조금 실망스러울 것이다. 예쁘고 선량한 미녀가 주는 ‘착한’ 감동에서 그치니 말이다. 연말까지 LG아트센터.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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