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대학생을 둔 학부모님이 자녀의 지도교수를 방문한 적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30년 가까이 대학 교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학부형이 자발적으로 대학교를 찾아와서 면담을 요청한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이 장차 진로를 대학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부모가 자녀가 다니는 학과의 지도교수와 한번도 진지하게 면담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 대학 교수와의 진솔한 면담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자녀의 대학 생활이나 진로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미국 대학에서는 학부모들이 대학에 방문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방학 시작 때 자녀의 기숙사 살림살이를 거들어 주려고 오간다. 그 때를 이용하여 학과에 들러 교수와 면담을 하고 자녀가 공부하는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학생들의 장래에 대한 청사진이 구체화되고 그 목표를 향하여 함께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학부모를 보면 초등학교 때 학교를 가장 많이 방문한다. 초등학교를 자주 방문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교를 자주 방문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어린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으니 학교에 잘 적응할지 염려하는 마음에서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서 부모가 학교를 찾아 상담하는 일은 차츰 줄어든다. 그러나 중학교는 중학교대로, 고교는 고교대로 선생님과 상담하는 것은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 대학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대학은 평생을 지탱할 전문지식을 배우는 곳이다. 시작만큼 중요한 것이 마지막 단계이다.
대학에서 알차게 연마하면 어떠한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충분히 적응하고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학부모가 대학을 방문하여 지도교수와 면담한다는 것이 전례와 경험이 없었던 터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의 장래에 대하여 지도교수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행동에 옮기면 적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대학의 문턱이 가정의 거실문턱처럼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자녀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자녀의 앞으로의 인생이나 직업 선택에 상당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며 자녀와 함께 삶을 공유하는 법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은 수평적인 친구도 필요하지만 수직적인 대화의 상대자가 더 필요한 것이다.
/박돈희 전남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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