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17대 국회의원의 주식보유 현황을 조사하여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소속 상임위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이해충돌을 발생시키는 경제관련 상임위 의원들에게 주식을 매각하거나 관련 상임위를 회피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보인 반응은 우리 국회의원들의 윤리의식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의원들의 이 같은 반응은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의 직무관련 재산을 신탁하거나 매각토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것의 취지와 진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이해충돌의 발생은 이미 부패행위가 진행된 이후 행위를 적발하거나 처벌하는 문제가 아니다. 부정한 의도, 목적,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했다면 이는 이해충돌이 아니며 이미 부패행위가 완성된 것으로서 형사처벌 대상이다. 재산이라는 사익과 직무라는 공익 사이에 긴장관계나 갈등관계가 발생하면 그 공직자가 행하는 직무의 공정성이 의심을 받게 되고,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기반이 약해져 정책의 정당성을 의심 받게 해 결과적으로 공직 및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전체를 위협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이해충돌은 미연에 제거되어야 한다. 선진국가에서도 이러한 이해충돌 회피제도는 부패방지 및 공직윤리의 기본 중에 기본인 것이다.
국회의원 신분을 획득해 국회의원으로서 공적 권한을 행사하게 된 이상 당장 금전상의 이익을 보지 않았거나 본인이 부정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보유재산과 직무 간에 연관성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이해충돌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니 이번 발표에 해당된 일부 의원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취득시점이 국회의원 당선 전이라거나, 그 취득경위와 목적의 정당성이 어떠하다거나, 주식가치가 미미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직무상 이해충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공직윤리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항변인 것이다.
그동안 국회의원 본인이 소속된 상임위와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 및 기관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잘못된 이권추구 행위의 대표적 유형으로 손꼽혀 왔다. 특히 경제관련 상임위의 경우 기업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수시로 보고 받거나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접근가능성이 높다. 또한 광범위한 입법권과 행정부에 대한 감시통제권 등을 통해 특정기업의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중인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에서도 국회의원이 보유한 일정금액 이상의 주식은 모두 백지신탁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전반에 걸쳐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이해충돌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청렴성 강화, 정책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대를 위해 공직자윤리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공직자윤리법의 개정방향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우선, 현재는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주식거래 내역 일체를 공개하여 직무 연관 주식보유 및 재산증식 여부를 국민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의 경우 각종 정보 접근이 용이하고 직무가 포괄적인 점을 감안할 때 주식의 신규투자를 전면 금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관련 상임위의 경우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은 매각 또는 백지위임신탁하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비경제 관련 상임위라 하더라도 회피, 매각, 백지위임신탁 등의 이해충돌 방지제도를 두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등록재산의 취득경위, 시점 및 소득원 등에 대한 등록을 의무화하고, 직계 존·비속의 재산신고를 거부하는 고지거부권을 삭제하는 등 공직자의 재산 신고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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