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장기 불황에서 탈출한 일본 경제가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 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가전, 철강·섬유 등 국내 기업의 주력 수출군에서 일본의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어 중국에 중저가 시장을 내준 한국 기업들은 국내외 경쟁에서 더욱 심한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8일 관련 업계와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투자 규모는 11억4,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6,7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3배나 증가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도 1962년부터 97년까지는 35년간 1,722개 기업(투자규모 58억3,8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98년부터 2004년까지 6년간 무려 3,412개 업체(투자규모 77억1,400만 달러)로 늘었다.
2001년 1월 국내에 진출한 도요타 렉서스는 3년만에 수입차 시장의 지존인 BMW와 선두 경쟁을 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5월에는 혼다가 월드베스트 셀링카인 '어코드'를 들여와 한 달만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혼다는 10월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닛산 자동차도 럭셔리 브랜드인 '인피니티' 등 7개 모델을 국내에 선 보인다.
유통·식품 분야에서의 일본 도전도 예사롭지 않다. 90년대 불황기에 일본 유통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100엔숍'의 원조인 다이소산업은 한국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2005년까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12개 매장을 낸 뒤 점차 점포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일본 최고의 맥주 회사인 아사히맥주는 이달 초 국내 3위 음료업체인 해태음료의 지분을 20%에서 41%로 늘리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일본 생활용품 2위 업체인 라이온사는 국내 3위인 CJ 생활용품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의료기기 부문의 일본 진출도 국내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소니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S-LCD 공동 사업을 시작했다. 마쓰시타 한국법인인 '파나소닉코리아'도 5월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홈시어터 등 29개 신제품을 내놓고 한국시장에 대한 본격 공략에 나섰다. 디지털카메라 전문업체인 올림푸스는 한국법인 '올림푸스한국'을 통해 지난 달 1일부터 의료사업 경영권을 인수해 국내 의료기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철강·섬유 부문의 진출은 이미 진행중이다. 포스코는 2000년부터 신일본제철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상호 지분을 교차보유하고 기술 공동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99년 당시 가와사키제철(현재 JFE스틸)과 포괄적 협력협정을 맺고 자본참여, 기술협력과 원자재 구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섬유분야에서는 일본 아식스가 지난달 15일 패션과 스포츠의 고기능성을 겸비한 새 스포츠브랜드 '오니츠카타이거'를 국내에 출시하는 등 국내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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