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새가 숲을 지킨다고 하면 우리는 그래, 그럴 수 있지, 하고 그 의미를 상징적으로 받아들인다. 숲 속에 사는 것만으로도 새는 숲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새가 단순히 지키는 것을 넘어 숲을 가꾼다고 하면, 그 의미는 또 조금 달라진다.어치라는 새가 있다. 몸길이는 까마귀나 까치 정도이고,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를 즐겨 먹는다. 새의 분포지역도 참나무의 분포지역과 일치한다. 도토리 열매가 많은 우리나라는 전역에서 볼 수 있다. 무리생활을 하며 한번 집단으로 울기 시작하면 여간 시끄럽지 않다.
다른 새들과 달리 어치는 먹이를 숨겨두는 습성이 있다. 자기만 아는 어떤 장소에 열심히 도토리를 모아놓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도 가끔 자기가 물건을 둔 곳을 잊을 때가 있는데, 새인 어치는 또 여간하겠는가. 어치가 열심히 숨겨놓고 잊어버린 도토리가 싹을 띄우고, 그것이 다시 거대한 참나무 숲으로 변한다. 독일이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검은숲'도 처음엔 어치가 가꾼 것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참나무 숲도 어치의 건망증으로 일년에 수만 그루의 새 나무가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새의 건망증에 숲이 자라는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