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맞설 장·단기 대응방안들이 정부와 정치권, 학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여야 뿐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역사지키기에 함께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백가쟁명 식의 방안들을 장기적인 전략목표에 따라 조율할 시스템 만큼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정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삭제 사태를 항의한 뒤 숨을 고르면서 장기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정부는 중국측에서 지방정부와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확산돼 가는 일련의 흐름이 있는 만큼 , 결국은 2차 외교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비하면서 남북 및 국제 학술대회 등을 통해 중국측 주장의 부당성을 홍보하고 중국을 압박해 가는 현실적 전술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중국측이 현재보다 왜곡의 수위를 높일 경우 대중국 투자축소나 대사소환이라는 초강경 대응도 불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여야는 이번 주중 국회 차원의 초당적인 범대책기구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특히 내년 예산심의 때 주변국의 역사왜곡 실태를 조사하고 잘못된 역사관을 교정하기 위해 민족사 연구와 관련된 예산을 대폭 확충키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 의원 46명은 6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및 중국역사 편입시도 중단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고구려, 고려로 이어지는 민족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영문국호를 'KOREA'에서 'COREA'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을 중국에 보내 역사왜곡문제를 항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인 국사의 필수과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학계
역사학계는 중국이 8년 동안 철저히 준비해올 동안 우리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중국 주장의 허구성을 파헤쳐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국제학술대회 등을 개최하고, 북한과 공동 학술연구를 시도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3월부터 고구려사 연구작업에 착수한 고구려사연구재단은 곧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영문잡지 등을 통해 '고구려사는 한국의 역사'라는 국제적인 공론화작업을 펴기로 했다. 먼저 내달 16∼17일 미국, 일본, 러시아, 북한, 몽골 등 각국 역사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학계는 이와 함께 이 달 말 열리기로 된 제5차 남북공동학술토론회에서 고구려사 공동연구와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역사전쟁 사이버戰 조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시도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관계 당국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연일 중국에 대한 항의성 글들이 끊이지 않고, 일부 네티즌들은 중국의 각급 기관 인터넷 사이트에 동시접속해 서버를 다운시키자고 나서는 등 자칫 양국 네티즌들의 '사이버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대중국 사이버 공격에 나서자"
고구려 역사지키기 운동을 펼쳐온 우리역사바로알기 시민연대와 국학운동시민연합 회원 등은 지난 달 29일 중국 주요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데 이어 조만간 2차 공세에 나설 방침이다. 네티즌들이 타깃으로 삼은 곳은 중국 외교부와 베이징(北京)시 정부,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4곳. 한 네티즌은 "오전9시부터 1시간 동안 반복해 클릭하고 2시간 후에 다시 접속하자"는 구체적인 행동강령까지 제시했다.
우리역사바로알기 시민연대 이성민 대표는 "이번 사태는 중국 당국이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겠다는 뜻"이라며 "100만인 서명운동과 네티즌 사이버 공격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중국측에 항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도 "해외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상대로 한국의 5,000년 역사에서의 고구려사 비중을 알리는 '고구려 회복 및 부흥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며 "항의성 이메일 견본을 만들어 중국은 물론 해외 학자들에게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보내는 운동을 펴나갈 방침"이라고 강경론을 폈다.
"국민 자존심 살릴 자주외교 필요"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는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ID '물사랑'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협력외교를 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으며 국민 자존심을 살려주는 자주외교도 필요하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들도 "외교부 관리가 중국에 가서 항의했는데도 소득이 없었다는데 이런 항의를 하는 것도 계획을 세워서 해야 하는가" 등 정부에 대한 비난성 글들을 올렸다.
강경 의견이 대다수인 가운데 현실을 고려한 온건론도 제기되고 있다. ID '강주현'인 네티즌은 "지금은 주중 대사 소환 등의 대응방식이 아니라 차분히 학문적인 논리대결을 벌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중화주의는 정치적 항의나 감정적 대응으로 무너지지 않으므로 역사적 사실의 정리를 통해 무력화 시켜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인기드라마 '대장금' 같은 연속극이 중국에서는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번역돼 방송되고 있다"며 "고구려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해 중국 쪽에 수출한다면 한류열풍을 타고 왜곡된 역사인식이 어느 정도 바로 잡히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이색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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