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은 필요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많은 구직자들이 대기업 편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직자들이 한번만 더 생각하면 중소기업에는 대기업에는 없는 장점들이 많다. 특히 유망 중소기업을 고른다면 자신의 경력을 쌓는데도 더 유리하다. 어차피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중기 입사 하루만에 퇴사
경기 광주의 K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리적 문제나 급여, 근무환경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젊은층이 많다"면서 "최종합격하고 근무 하루만에 퇴사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최근 구직자 1,074명을 대상으로 취업 희망기업을 조사한 결과, 공기업 또는 공무원이 27%로 가장 높게 조사됐으며, 외국계기업 25%, 대기업 23%로 나타난 반면 중소기업은 16%에 그쳐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올 2월 대졸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중소기업에 취업한 441명 중 66%가 현재 불만족하고 있으며, 83%는 이직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업장의 노동력 부족인원(14만1,000명) 중에서 중소기업 부족인원은 13만3,000명으로 94.4%이다. 실제 중소기업 위주의 채용박람회에서는 지원자가 없어, 참가 기업들이 박람회 이후 다시 자체적으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삼신전자 문형호 차장은 "20대 지원자들은 근무시간 급여 복리후생 등을 대기업과 비교해 따진다"며 "업무가 숙달될 만하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아 다시 채용과 교육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도적 일처리, 빠른 승진 장점
그러나 IMF 이후 평생직장이 무너진 게 현실. 굳이 대기업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평생직업을 삼을 직종을 정한 후 유망 중소기업에 들어가 경력을 쌓으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
물론 중소기업은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에서 대기업보다 일부 열악한 게 사실. 대기업의 대졸 초임 연봉이 2,200만∼2,600만원 선인 반면 중소기업은 보통 1,600만∼2,200만원 선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능력에 따라 생산성의 차이가 바로 나타나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대기업의 경우 조직문화가 발달돼 있어 업무의 전체적인 것을 다뤄보기 힘든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업무 전반적인 일 처리를 빠르게 익힐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 관련 직종 희망자가 대기업에 입사할 경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개발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입사 2∼3년차는 가지기 힘들다. 단순 코딩 작업이나 회사의 각종 전산 장애 처리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입사할 경우 업무에 대한 파악이 끝나고 나면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 주도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대기업보다 승진이 빠르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중의 하나다. 대기업의 경우 대리급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4∼6년이 걸리지만 중소기업은 그 절반인 2∼3년이면 승진할 수 있다. 인크루트 이광석 사장은 "중소기업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구직자들이 많은데 회사와 함께 커나가겠다는 열정과 패기로 성공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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