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빨간 단복을 입은 한국 여자선수단이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아테네에서 민박집을 운영중인 문유경(50·아테네시 글리파다 거주)씨는 6일 한국선수단이 도착하면서 더욱 바빠졌다. 그의 별명은 '물방개 아줌마'. 여섯개의 다리를 동시에 움직여 쉬지 않고 헤엄치는 물방개처럼 억척스럽고 부지런하다는 이유로 주위에서 붙여준 것. 그는 이날 네덜란드에서 수입해온 배추로 만든 김치와 소고기 볶음 등으로 60개의 도시락을 싸서 '코리아 하우스'(대한체육회가 선수단 및 취재진을 위해 주경기장 인근에 설치한 작업공간)로 달려 왔다. 물론 내일도 도시락을 쌀 것이다.
'황마도로스'로 불리는 남편 황헌(51·그리스 선박회사 이사)씨도 부인 못지 않다. 7개월 전부터 대한체육회에서 파견 나온 직원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소리없이 도왔던 그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유학중인 두 딸을 호출, 한국선수단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도록 했다. 그것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7일 직장에 일주일간 휴가를 냈다. 부산 해양대를 나와 상선을 타고 세계를 누비던 그는 그리스 선박회사에 스카우트돼 15년전 가족과 함께 아테네에 정착했다. 두 딸을 유학 보내고 넓은 2층집이 텅 빈 것 같은 공허감이 밀려들자 5년전 한국 여행객을 위한 숙소로 집을 개방했다.
두 딸도 매사에 적극적인 부모를 닮아서인지 한국어는 물론 그리스어 불어 영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재원으로 성장했다. 큰 딸 수영(27·파리 7대학 약학과 3년)씨는 "동생(24·파리 소르본느대학 대학원)과 함께 아빠의 부름을 받았고, 정말 뜻 깊은 일일 것 같아 기꺼이 참여했어요. 실제로 배우는 것이 너무 많아 즐거워요"라며 행복한 표정이다. "중 1때까지 살았던 부산의 자갈치 시장과 태종대가 너무 보고 싶다"는 그는 "지금도 어릴적 친구들과 사이질(사이월드에 접촉, 홈페이지를 서로 공개하고 나누는 것)을 하며 교류하고 있어요.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요"라고 소망을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물방개 아줌마에게 "가족사진 한번 찍자"고 권했더니, "통역 자원봉사를 나간 막내 딸이 나중에 알게되면 자기만 빠졌다고 화낸다"며 손사래를 친다. 어렵게 가족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자 한 목소리로 합창한다. "아테네에서 올림픽이 열려 너무 기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말만 하세요."
/아테네=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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