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가 많이 팔았다기 보다 국산차 업체가 제대로 못한 거죠."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이 2,244대를 기록,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3%를 돌파하자 자동차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국산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6만6,906대에 그쳐 지난해 7월에 비해 13.1% 감소한 반면 수입차 판매량은 무려 34.1%나 증가했다. 국산차 판매는 줄고 수입차는 늘어난 것이 '마의 벽'이라던 점유율 3% 돌파의 배경인 셈이다. 극심한 내수 침체라는 상황은 국산차나 수입차나 마찬가지였는데 왜 이 같은 대조적인 성적표가 나온걸까. 일각에서는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엷어져 부유층이 돈 쓰는데 눈치를 보지 않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 놨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산차 업체가 시장의 요구와 환경 변화에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더 설득력이 있다. 올해 상반기 국산차에는 신차가 없었다. 현대차가 고작 '투싼' 하나를 내 놓은 데 비해 수입차 업체는 30종이 넘는 모델들을 시장에 내 놓았다.
적극적인 할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주머니를 열게 만든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차량 대금의 30%만 내고 나머지를 48개월 무이자 할부토록 하는 파격할인 행사는 수입차 업계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현상이다. 성능과 안전도, 인지도에서 한 수 위인 수입차들이 할인경쟁까지 뛰어들면 국내차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은 불문가지다. 내수 불황 탓만 하다가는 자칫 안방시장마저 빼앗길 상황이다.
하지만 '점유율 3%시대'의 개막은 국산차업계에 쓴 약이 될 수도 있다. 국내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도 없기 때문이다.
/박일근 산업부 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