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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아부 그라이브, 그후 석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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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아부 그라이브, 그후 석달

입력
200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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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수감자를 학대하고 고문하는 사진이 공개된 지 세 달이 지났다. 사진이 공개된 직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외국 지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을 보라.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라. 미국이 어떻게 제대로 처리하는지 보라."그러나 미국은 제대로 하지 않고 않다. 그 사진들이 나온 직후에 미 행정부의 최고위급 수준에서 수감자들에 대해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신문 기법을 사용하도록 허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모두에서 포로 학대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도 나왔다. 그러나 몇몇 하급 장병들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고 있다. 행정부는 '아부 그라이브의 범죄는 엉덩이에 뿔 난 소수의 짓거리'라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학대행위에 대해 실질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등이 그런 행위를 비난하고 불쾌감을 표시한 것은 모두 다 헛일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에서 잔혹한 일이 번져가더라도 아부 그라이브는 그런 만행을 정당화하거나 면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빌미가 될 것이다.

미국이 그런 범죄행위를 부인한다는 것을 보여줄 방법은 있다. 독립적인 조사를 허용하고 책임자 전원을 적극적으로 기소하면 된다.

그런데 아직 답변조차 하지 않은 중요한 문제가 많다. 수감자들에 대해 어떤 신문 기법을 허용했던 것인가? 펜타곤(국방부)의 누가 관타나모 테러 혐의자 집단수용소를 관장했던 조프리 밀러 소장을 아부 그라이브로 보내 신문관들을 통솔토록 했는가? 당시 이라크 주둔 미군 최고사령관이었던 리카르도 산체스 중장은 어떤 신문 기법을 승인했는가? 펜타곤의 누가 아부 그라이브의 신문 관행에 대해 알고 있었는가? 수감자 학대 관련 국방부 문건도 공개 안 된 것이 부지기수다. 펜타곤은 산체스 중장이 이라크인 신문 기법에 관해 2003년 9, 10월에 보낸 메모를 여전히 내놓지 않고 있다.

펜타곤은 아부 그라이브 사건을 계기로 7건의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조사도 독립적으로 이 스캔들의 본질을 제대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임명한 조사관들이 럼스펠드가 고문을 명령했는지 묵과했는지 또는 묵인했는지를 규명할 수 있단 말인가? 육군 조사관 폴 미콜라셰크 소장이 최근 발표한 첫 번째 보고서는 겉발림에 불과하다.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확인된 94건의 수감자 학대 행위를 조사하고 나서 미콜라셰크는 학대 행위가 어떤 정책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며 고위 장교의 잘못이 아니라 "소수의 개인이 상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저지른 행동"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그런 식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상상해 보라.

펜타곤 소식통들이 휴먼 라이츠 워치 측에 알려준 바에 따르면 이 조사에 관계하는 사람들은 고위 관리들은 끌어들이지 말라는 엄청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미 상원이 주도한 9·11 테러 진상 조사 위원회와 같은 수준의 독립적인 패널만이 아부 그라이브 참사로 야기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조사위원회는 범죄행위가 고위 행정부 관리들에 의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나오면 그들을 소환하고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세계가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 이 범죄행위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리드 브로디 휴먼라이츠워치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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