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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브라운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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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브라운관의 부활

입력
200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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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영국의 존 로기 베어드가 못쓰는 가구로 처음 TV를 만들었을 때 아무도 TV가 몰고 올 엄청난 변화를 예견하지 못했다. 1년 뒤 과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영국왕립협회 시연회 후 상황은 급변했다. 베어드가 주사선을 늘린 TV를 개발하자 BBC는 시험방송을 내보내고 1936년 정규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정규방송이 시작되자 베어드의 기계식 TV는 밀려나고 미국 EMI가 생산한 전자식 TV가 채택됐다. 러시아출신의 미국인 블라디미르 K 즈보르킨이 개발한 것으로, 1931년 첫 시험방송에 성공했으나 정규방송은 영국이 앞섰다. 이 때문인지 베어드와 함께 즈보르킨도 TV를 발명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TV의 원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20년 전이다. 1884년 독일의 닙코프가 전기신호를 영상으로 바꾸는 장치를 발명, TV의 이론적 바탕을 제시했고 1897년 독일의 칼 F 브라운 박사가 음극선관(CRT)을 발명함으로써 TV수상기의 개념이 확립됐다. 유리로 만든 진공용기, 전자총, 편향계, 형광면 등으로 구성된 이 발명품은 '브라운관'으로 명명되었고 TV 대중화와 함께 TV영상장치의 제왕으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우수한 화질에도 불구하고 큰 덩치와 많은 전력소모 때문에 브라운관은 초박막액정화면(TFT-LCD) 프로젝션 플라스마 등의 새로운 영상장치에 밀려 한물 간 재래식제품으로 전락하는 운명을 맞았다.

■ 역사 속으로 퇴장할 뻔한 브라운관이 획기적 기술개발로 첨단제품으로 부활하게 됐다. 삼성SDI가 전자총에서 쏘는 3색의 빛의 각도(편향각)를 넓히는 기술을 개발, 브라운관의 두께를 절반 가까이 줄임으로써 가장 경쟁력 있는 영상장치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앞선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TFT-LCD나 프로젝션, 플라스마 등도 장점과 함께 단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단점인 덩치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브라운관은 우수한 화질의 TV를 저가에 생산할 수 있는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 삼성전자가 TFT-LCD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SDI가 '첨단 브라운관'을 개발해냄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 영상장치부문에서 선두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경쟁사에서도 개발을 끝내고 양산을 준비중인 것을 보면 브라운관의 부활은 확실한 것 같다. 슬림 브라운관은 기술의 마법을 보는 것 같다. 한물 간 제품이 새로운 기술이 더해지면서 전혀 다른 발명품으로 다시 탄생하듯, 한물 간 사람도 열린 사고와 새로운 발상으로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는 없을까.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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