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의 종말 / 폴 로버트 지음송신화 옮김 / 서해문집 발행ㆍ1만4,900원
●악마의 눈물, 석유의 역사 / 귄터 바루디오 지음
최은아 등 옮김 / 뿌리와이파리 발행ㆍ2만5,000원
배럴 당 44달러. 전세계가 그 어느 석유파동 때도 보지 못한 사상 최고의 유가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의 기름값 급등은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유코스의 파산위기가 직접 영향이다.
하지만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제 석유의 시대는 가고 있는가’라고 자문했을 법하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과 더불어 기하급수로 수요가 증가한 석탄, 이어 석유, 천연가스 등 지구의 동력인 탄화수소계열의 에너지는 과연 고갈될 것인가? 그렇다면 대체 에너지에 희망은 있는 걸까?
미국의 에너지 관련 프리랜스 저널리스트인 폴 로버트의 ‘석유의 종말’과 독일 석유기술자 교육을 받은 독일 학자 귄터 바루디오가 쓴 ‘악마의 눈물, 석유의 역사’는 석유의 정체, 에너지원으로서 한계와 미래를 상세하게 짚은 책이다.
미국 정유업계의 신화적인 인물인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석유를 ‘악마의 눈물’이라고 불렀을 때, 그는 석유라는 에너지의 양면성을 제대로 보고 있었다.
석유는 문명을 촉진하고 인간의 생활을 급속으로 향상시켰지만, 단기간에 복구 불가능한 오염과 자연파괴, 개발의 이권을 둘러싼 갈등과 전쟁을 낳았다. 석유가 안겨준 막대한 부(富)조차도 국가가 국가를 종속하고, 부자와 빈자의 골이 깊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석유가 ‘재앙의 씨앗’이라고 탓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로버트는 ‘석유시대의 막이 오른 이후 지금까지 써온 석유는 8,750억만 배럴’이며 ‘석유 낙관론을 펴는 미국국립지질연구소가 확인한 석유 매장량은 1조7,000억 배럴, 석유 소비증가를 2%라고 계산하면 2030년 전후해서 한계점’에 도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계점이 석유 완전고갈 시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매장량의 절반이 시추된 시점이며, 공급이 수요에 달리는 시기를 말한다.
물론 이런 전망조차 과장된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길게 보아서 석유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로버트는 하지만 ‘문제는 석유가 바닥날 것인지가 아니다’고 말하다. 왜냐고? 그것은 언젠가는 결국 바닥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석유 소비에 따른 환경오염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대체에너지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정치적 의지’다.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석유는 에너지 영역에서 투자조정장치의 책임을 상당 부분 맡고 있는 정치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하는 바루디오도 이 점에 동의한다.
미국, 특히 조지 W 부시 정권의 에너지 정책이 유럽이나 일본과 비교해 석유 소비감소나 대체 에너지 개발이 아니라 석유증산을 지향하는 보수주의라고 비판하는 로버트는 전세계 에너지의 25%를 쓰고 있는 미국이 당장 연료 효율성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일부터 나서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것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도시의 대기오염 수치를 낮추는 것은 물론, 아랍권 테러분자들의 돈줄을 끊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에너지 안보’의 첩경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로버트의 책은 간결해서 읽기 쉬우면서도 석유를 둘러싼 여러 문제의 핵심을 꼼꼼히 짚고 있어 에너지 문제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참고로 읽기에 썩 좋은 책이다.
바루디오의 책은 석유개발의 역사와 석유가 에너지뿐 아니라, 과학 등에서 다양하게 이용되는 측면을 살필 수 있다. 다만 원서가 그런지, 번역 문제인지 문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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