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6일 오전. 수도권 간선도로 대부분이 한산한 가운데 유독 과천으로 빠져나가는 서울외곽순환도로 청계 IC에는 승용차가 꼬리를 물었다. 정부 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의 ‘나홀로 차량’ 때문이다.서울환경연합이 오전 8~9시 통과차량을 조사한 결과, 801대 가운데 90.6%인 726대에 운전자 한 사람만 타고 있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시행하는 승용차 자율요일제 스티커 부착 차량은 6.3%에 불과했다. 청사 안팎에는 민원인 주차장을 제외하고 공무원 승용차 3,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빈 자리가 없었다.
서울환경연합 이철재 부장은 “고유가 때문에 시민들은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타지만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야 할 공무원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혀를 찼다.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 S극장을 찾은 직장인 박성연(28ㆍ여)씨는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내내 때아닌 추위에 떨어야 했다. 박씨는 “바깥 날씨는 엄청나게 더웠지만 극장 안은 싸늘함을 느낄 정도”라며 “아예 긴소매 겉옷을 가져와 걸치는 관객도 많았다”고 말했다.
치솟는 기름값에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휘발유를 펑펑 쓰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딴 나라 사람들’이 있다. 사회지도층은 나홀로 차량을 부끄럼 없이 몰고다니고 공공ㆍ대중 시설은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과냉방을 한다. 도시는 불필요한 조명으로 흥청망청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전국 7개 도시의 버스ㆍ지하철 실내 냉방온도를 조사한 결과, 인천지하철은 실내온도가 20.9도로 바깥(32.2도)보다 무려 12도나 낮았으며 서울지하철 6호선 역시 23.8도로 여름철 실내적정온도인 26~28도보다 훨씬 낮았다. 서울 시내버스도 22.7도까지 온도를 내린 경우가 있었다. 은행(24.5도) 극장(24.6도) 할인마트(24.9도) 등도 여름철 실내적정온도보다 4도나 낮았다.
남대문ㆍ동대문 등 마케팅 측면에서 불가피한 대형 상가 조명은 차치하고라도 강남 테헤란로 아파트 모델하우스 5곳, 여의도 모델하우스 3곳은 새벽까지 커다란 전광판을 환하게 켜놓고 있었고 내부조명도 그대로 밝힌 경우가 많았다.
외국관광객을 위한 홍보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서울시청사 등 일부 건물과 올림픽대교 등 14개 한강교량은 등은 새벽까지 조명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일몰 후 새벽 2시까지 켜져 있는 이 경관조명의 전기료는 가로등 요금이 적용돼 30% 정도 저렴한데도 매월 2,000만원에 이른다.
에너지시민연대 박성은 부장은 “고유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필요한 조명을 많이 하고 있다”며 “고효율 형광등으로 교체하거나 점등시간을 규제하는 등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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