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을 전공하는 대학 교수가 자신의 이념과 지식을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해 상아탑을 버리고 고교 교장으로 변신, 화제가 되고있다. 주인공은 오성삼(57)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 1987년부터 17년간 이 대학에 몸담으면서 교육평가분야에서 많은 연구 업적을 남긴 오 교수는 8월1일자로 건국대 사대부고 교장에 취임했다.
그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고교 교장직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의 문제인식과 그 해결은 책상에서 이뤄질 수 없으며 반드시 일선 학교 현장에서 몸소 부딪치면서 깨닫고 실현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오 교수의 이런 소신은 80년대초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 유학하면서 지도교수 등과 인근 초·중·고교를 찾아 실습했던 경험에서 출발했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교사간 갈등 등 교육의 파열음이 생생하게 다가 왔다.
특히 우연히 들렀던 한 고교 운동장에서 여학생 3명이 남학생 1명을 집단 구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오 교수는 "'일'이 수습된 뒤 피해 학생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었으나 '참견하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와 충격을 받았다"며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이보다 더 생생히 체험한 적은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교수가 됐고 지난해 3월에는 국제교육진흥원장에 올랐으나 그는 현장에 대한 욕망을 떨치지 못했다. 논문과 기고, 외부 강연 등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과 해법을 쏟아냈지만 항상 공허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건대부고 교장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장 임기(2년)가 8개월 이상 남았지만 주저 없이 사표를 냈다. 건국대 재단측에는 "임기는 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탁도 했다.
살아 있는 교육 현장 공부가 끝나고 그가 꿈꿔온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하나된 학교'가 이뤄지면 언제든지 떠나겠다고 약속했다.
오 교수는 "학부모들에게 멱살을 잡혀보고, 고3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도 알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나중에 내가 교장을 한 것이 학교에 진짜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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