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아버지이지만 학교에서는 동료 교수예요."고려대에 부자(父子) 교수, 부부(夫婦) 교수가 탄생했다. 아버지가 고려대 공과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윤용남(63) 교수인 윤재영(35·한국건설기술연구원)씨가 자연과학대 환경시스템공학과에, 부인이 영문과 이희경(36) 교수인 최진욱(37) 홍콩대 교수가 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로 각각 임용돼 오는 2학기부터 근무한다. 고려대에 형제 교수(언론학부 최현철 교수와 영어교육과 최인철 교수)는 있지만 부자·부부 교수가 나온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다.
윤재영씨는 고려대의 교수 임용 공고를 보고 적잖이 고민했다. 아버지가 고려대 교수로 재직 중이어서 주위에서 쏟아질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 하지만 윤씨는 '아버지 인생은 아버지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지원서를 냈다.
윤씨는 미국 UC 데이비스대에서 쓴 수자원 관련 박사학위 논문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의 실적 등을 인정 받아 당당히 임용됐고 덩달아 고대 최초의 부자(父子) 교수라는 명예도 안게 됐다. 윤씨는 "아버지가 같은 학교 교수라는 것이 부담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역시 '최초'라는 간판을 갖게 된 최진욱·이희경 교수 부부는 이런 타이틀보다는 4년 만에 '별거' 생활을 청산할 수 있게 되어 더 기쁘다. 1999년 결혼한 후 1년 반 정도 미국에서 같이 유학 생활을 한 최 교수 부부는 2000년 부인이 미시시피주립대 조교수로 가면서 원치 않던 '생이별'이 시작됐고 이 교수가 고려대에 임용됐던 2002년 최 교수가 홍콩대에 임용되는 바람에 이별이 길어졌다.
현재 홍콩에 머물고 있는 최 교수는 "본격적인 강의는 내년 1학기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며 "최초의 부부교수라는 것이 영광이자 부담인 만큼 서로 도와가며 최고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개교 이래 관례적으로 부자, 부녀, 부부 등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교수로 임용되는 것을 금지해 왔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능력 있는 재원을 임용한다는 인사원칙만을 기준으로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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