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깨는 날, 곧잘 광화문의 도너츠 가게에 간다. 내가 그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가게 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우리 일상이 너무나 신비롭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과 미술을 만나게 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미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줄까. 어떻게 하면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게 해줄까.영화나 음악에 비해 미술은 정적인 장르이므로 많은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가는 것이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 또한 어떻게 미술을 이해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미술은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좋은 작품이냐고 묻는 이들에게는 자신에게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겠지만 미술은 주관적이다. 객관성에 대해 묻는다면 그래도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 작품들이 있다. 그래서 '역시 대가'라는 표현을 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예술가들의 작품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집안에 배치한 가구들, 오늘 입은 옷, 머리 스타일, 얼굴표정, 화장법…. 이 모든 것도 생활 속에서 '미'의 표현욕구이다.
불황이든, 덥든 춥든, 잘살든 못살든, 한결같이 여유없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미술'은 일상과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것에서도 미를 발견하는 섬세함이 미의 쾌락을 누리는 근원이다. 즐거운 마음, 행복 가득한 미소, 빠듯한 일상 속에서 미술과 함께 가지는 작은 여유로움…. 마음과 눈이 즐거우면, 이 습하고 척척한 여름이 좀 시원해지지 않을까?
/신정아 성곡미술관 수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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