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난은 잊어라. 이젠 나를 기억하라."여자탁구 세계랭킹 1위 장이닝(23·중국)에게 아테네 올림픽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자신이 여자 탁구계의 진정한 지존임을 확인시킬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2년 말 세계 탁구계의 정상에 등극한 이후 지난해 독일오픈 등 투어 오픈대회 5관왕, 올해 코리아오픈 2관왕 등 각종 대회를 휩쓸고 있다. 하지만 큰 대회에서 팀 선배인 세계 2위 노장 왕난(26)에게 잇따라 덜미를 잡히는 징크스를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중국 탁구는 막강하다. 1,000만명의 등록선수에서 뽑힌 대표선수의 기량은 경이적인 수준이다. 중국 국내 1위가 세계랭킹 1위가 되는 것은 90년대 이후의 당연한 전통이 됐다. 92, 96 올림픽 단식을 2연패한 '작은 마녀' 덩야핑이 그랬고, 90년대 후반에 혜성처럼 등장해 99, 2001, 2003년 세계선수권 3연패와 2000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왕난이 그랬다.
장이닝도 마찬가지였다. 98 방콕아시안게임 때 17세의 나이에 중국 대표로 발탁된 그는 이 때부터 왕난의 아성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왕난에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파리선수권에서 왕난에게 왕좌를 내줬고, 그해 월드컵 결승에서도 패하는 등 빅매치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베이징 출신인 장이닝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손에 이끌려 동네 탁구장을 찾았다. 모든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이내 두각을 나타냈고, 14세 때 국가대표로 뽑혀 '탁구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168㎝, 54㎏의 균형잡힌 몸매에 오른손 셰이크핸드의 백드라이브와 과감한 속공,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성이 장기다. 시드니올림픽 때는 대표 탈락의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 단식은 물론 라이벌이자 세계 2인자인 왕난과 짝을 이뤄 복식마저 석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물론 단식에서 왕난의 벽을 넘어야 한다.
그가 덩야핑―왕난으로 이어지는 탁구 왕국의 진정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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