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베이징(北京) 궁런(工人) 경기장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축구 결승전인 중국-일본전은 스포츠 차원의 경쟁을 넘어 국민감정의 대립, 역사 논쟁까지 촉발시켜 경기 후에도 기나긴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경기를 하루 앞둔 6일, 베이징은 축구 열기와 반일 감정으로 후끈 달아있었다.일본의 우려
일본 정부의 우선적 관심사는 자국민의 안전이었다.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관은 5일 웹사이트에 "괜한 호기심으로 군중에 다가가지 말라" "경기장 밖에서는 일본 유니폼을 입지 말라"는 등의 주의문을 게재했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은 4일 방일 중인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허융(何勇) 서기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반일 기류에 유감을 표명하고 경비강화를 공식 요청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문부상은 5일 "이번 사태로 인해 북경 올림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냉소적인 지적을 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사설과 주요 기사를 통해 "중국인의 스포츠맨십을 기대한다"는 촉구를 보냈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중국에서는 반일이 애국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분석했다. 일중의원연맹 일본측 의원들은 5일 주일 중국대사관을 방문, "만약 부상자라도 나오면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이중기류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부 팬의 지나친 행동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쿵취안(孔泉) 대변인은 "그 동안 경기장 질서가 양호했는데도 일부 일본 언론들이 이를 과장하고 정치와 연계시킨 점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인민일보는 5일 1면 평론에서 "축구시합이지 항일 투쟁이 아니다"고 했고 북경일보는 "국가 연주에 관중이 기립하는 것은 국제관례"라고 말했다. 북경 청년보도 "예의있는 팬이야말로 자신에 찬, 성숙한 중국인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는 달리 관영 신화통신은 극단적인 반일 감정을 드러낸 중국 문학평론가 리다이샹(李代祥)의 글을 실었다. 그는 일본 언론과 정치인들이 중국 축구팬 '추미(球迷)'들의 행동을 과장보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리씨는 특히 일본의 아시아 침략전쟁을 거론하며 "일본인들은 어째서 스스로 반성할 줄 모르느냐"면서 "일본의 정치인들은 과거사를 인정하는 용기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dssong@hk.co.kr
도쿄=신윤석 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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