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전..." 5일 오후 미 LA공항 입국장에서 전제용(62· 양식업·경남 통영)씨와 상봉한 베트남인 피터 응엔(60·간호사)씨는 전씨를 뜨겁게 포옹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9년만의 해후였다.전씨는 1985년 11월 참치잡이 원양어선 선장으로 남중국해의 망망대해에서 침몰해가는 목선에 의지해 생사 기로에 있던 베트남 보트피플 96명을 구조했던 영웅.
이들을 구조해 부산에 데리고 들어온 전씨는 정보기관 등으로부터 숱한 조사를 받아야 했고 소속사인 K해운에서 일자리를 잃어 2년 반을 실업자로 보내야 했다. 난민들은 미국과 프랑스, 호주 등 제3국으로 떠났다. 이날 LA공항에서 만난 피터 응엔씨는 바로 그 당시 보트피플 중 한 사람이다.
전씨의 미국 방문은 피터 응엔씨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살고 있는 피터 응엔씨가 최근 한국계 간호사들에게 "전씨를 만나고 싶다"며 수소문해 상봉이 이루어진 것. 마침 교민의 친척이 한국에서 수협에 근무, 양식업을 하는 전씨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이날의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는 미 주류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공항에는 전씨를 환영 나온 오렌지카운티의 베트남단체, 한인단체, 베트남 언론들은 물론이고 주류 언론5개사 등 취재진 50여명이 몰려 한인 영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전씨 도착 취재를 위해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TV-비엣의 한 베트남인 기자는 "전세계 베트남 커뮤니티의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렌지카운티 리틀 사이공에 살고 있는 피터 응엔씨를 비롯한 베트남계 주민들은 전씨 가족이 보름간 묵을 호텔이며 디즈닐랜드, 그랜드 캐니언 무료관광 등 여러 보은의 선물을 마련했다. 8일에는 그를 환영하는 대대적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베트남계 이민 밀집지역인 가든 그로브 부르스 브로드워터 시장과 웨스트민스터마지 라이스 시장은 이날을 '한·베트남커뮤니티 우호의 날'로 정해 매년 기념행사를 치를 계획이다.
이와함께 미 의회 관계자와 캘리포니아 남부 한인 및 베트남커뮤니티에서 전씨를 유엔 난센상 후보자로 추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난센상은 국제적인 난민구호·원조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유엔의 최고상이다.
/LA미주본사=이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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