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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멍드는 서민들]<중>가계 적자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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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멍드는 서민들]<중>가계 적자 눈덩이

입력
2004.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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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H할인점에서 고무호스를 고르던 김모(45)씨는 "세차용 호스에 구멍이 나 새 것으로 바꾸러 왔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테이프로 붙여 쓰던지 잘라서 쓰는 게 낫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 제품 값이 오르면서 시중보다 싸게 판다는 이 할인점에서조차 고무호스 15m 짜리는 두달 전 8,800원 하던 것이 지금은 1만원으로 뛰었다.당산동 L마트 주방용품 매장에서 만난 주부 윤모(62·영등포구 당산동)씨는 "몇 달 전만 해도 1만원 들고 나오면 가정용품 3∼4개는 살수 있었는데 이제는 1∼2개 사면 그만 "이라며 플라스틱 반찬용기 3개를 모두 '1,000원 코너'에서 구입했다. 사무실 물품을 사러 온 회사원 유창석(29)씨는 "화학 공정을 거치는 자동차 세척액조차 값이 올라 요즘은 공짜 사은품으로 잘 주지 않는다"고 했다.

고유가의 '2차 파고'를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기름 값 상승 여파로 석유를 원료로 하는 고무 플라스틱 화학제품 등 공산품 가격이 뛰고, 가스요금과 전기료 교통요금까지 치솟으면서 가뜩이나 불황으로 주름살이 진 서민 가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기 고양시 탄현동에 사는 주부 원미연(33)씨는 최근 가계부를 정리하다 깜짝 놀랐다. 여름철이면 떨어져야 할 아파트(24평) 관리비 6월분이 20만4,800원으로 올초(17만6,080원)보다 오히려 14%나 올랐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요금이 많이 오른 데다 에어컨 사용 등으로 전기료가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원씨는 "벌써부터 올 겨울 난방비가 걱정"이라고 한숨 쉬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안산 고대병원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하던 간호조무사 안기자(28·여)씨는 "한 달 차량 연료비가 30만원대로 소득의 4분의 1 수준으로 치솟아 지난달부터 차를 두고 다닌다"며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이나 더 걸리고 혼잡한데다 지하철 환승요금이 올라 불편은 불편대로, 돈은 돈대로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국제유가가 배럴당 5달러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할인점 직원 이모(33)씨는 "불경기다 보니 업체들이 소비자가격을 원가 상승분 만큼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고유가가 지속되면 조만간 가격을 또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창국 선임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으로 가계비 부담 요인이 늘어 소비가 줄고 경기는 더 침체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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