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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님 준비없이 깨달음 욕심"/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인재 선발·교육 엄격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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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님 준비없이 깨달음 욕심"/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인재 선발·교육 엄격히 할 것"

입력
2004.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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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산사에 어둠의 대군이 물러가고 또 다시 뜨거운 태양의 제국이 시작됐다. 밤새 저 멀리 후퇴했던 더위가 여명을 신호로 금세 도량으로 밀려 들어왔다.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이 싸우다 왕건의 신하인 신숭겸 김낙 등 8명의 장수가 장렬하게 죽음을 맞았다는 대구 팔공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동화사(주지 지성스님). 다음 달 초 열리는 담선(談禪)대법회에서 발표할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수행법) 관련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선원장 지환(58·사진) 스님을 5일 아침 만났다.

조계종에서도 가장 엄격한 수행과정을 요구하는 기본선원(4년 과정)을 이끌고 있는 스님은 사미계를 받은 예비승려들을 교육하는 일종의 승려사관학교 교장이다. "간화선은 의심스러운 문구를 화두로 삼고 초논리적인 부분을 깨닫는 과정입니다. 마치 불순물이 많은 쇠를 용광로에 넣어 녹인 다음 순수한 쇠를 얻는 것과 비슷합니다."

평소에도 바른 말 잘하기로 유명한 스님은 화두만능주의로 흐르고 있는 한국 선불교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아무리 참선한다고 깨달을 수는 없습니다. 일단 화두만 받으려고 하고, 거기에 매몰돼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내친 김에 큰 스님들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한국 선불교가 근래 들어 쇠퇴하고 있는 이유는 큰 스님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탓도 크다"면서 "조실 방장이 명예직이나 이권의 장이 아니라 생사해탈을 감독하는 정신적 지도자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2년 3월부터 선원장을 맡고 있는 스님은 한국 선불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승가교육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재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기본선원부터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선원장에 취임하고, 지난 4월 이름이 기본선원으로 바뀐 뒤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입방갈마(입학시험) 절차를 까다롭게 바꿔 자질이 있는 사람만 들어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희양산 봉암사와 설악산 백담사 에서 수행하는 프로그램도 처음 도입했지요. 선원 입방자 숫자는 거품이 빠지면서 절반 정도로 줄었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크게 향상됐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기본선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예비승려는 40여명. 이 중에는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출가한 사람도 있고, 나이도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인생에 큰 충격을 받거나 실패를 경험하는 등 인생의 벼랑끝에서 출가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진정한 깨달음을 원하고, 불교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고교(서울고)시절 불교에 입문한 스님은 성철 스님을 만나 법문을 듣고 1967년 해인사에서 출가, 지리산 금당선원장(1998∼2001년) 등을 역임했다.

/동화사=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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