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7대 국회 들어 기존의 제도를 바꾸는 각종 법안을 쏟아내면서 관련 분야 이해 집단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여권과 이해집단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현안마다 반발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서는 벌써부터 여당과 사학재단이 팽팽하게 대치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당은 그 동안 누적되어온 사학 비리를 척결하고 사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며 학교장에 교원 임면권 부여, 학교운영위와 대학평의원회의 심의기구화 등의 방안을 내놓았지만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립학교 재산은 사회환원 재산이 아닌 사학법인 소유재산이므로 운영권은 당연히 재단측에 있다"며 "위헌소송 뿐 아니라 가두시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공공기관이 물품구매 시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우선적으로 계약을 맺는 단체 수의계약제 폐지 문제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이 제도가 비리의 온상인데다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중소기업간 경쟁제도로 개편하려는 방침을 세웠지만 "중소기업을 고사 시키려 한다"는 집단 반발에 부딪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비대위를 구성해 대대적 반대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지난달 30일에는 이들의 항의로 공청회가 무산됐다. 또 최근 발표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중개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부동산중개업협회가 "중개업자의 생존권 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붕괴를 부를 것"이라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리당은 또 영화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마이너리티 쿼터제 도입을 추진 중이나 영화계는 "스크린 쿼터 축소를 위한 술책"이라며 맞서고 있다. 한미투자협정(BIT) 체결의 최대 관건인 스크린쿼터제 축소를 놓고 여권과 영화계가 일대 충돌하는 폭풍 전야의 상태다.
정책 혼선, 표류 조짐
이 같은 힘겨루기 과정에서 당정간 혼선과 정책 표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사학재단의 반발이 이어지자 교육부가 최근 당정협의에서 학교장에 대한 교원 임면권 부여에 대해 난색을 표해 당정간 갈등 기류마저 흐르고 있다. 또 단체수의계약제 폐지와 관련, 우리당이 유예 여부를 검토하며 주춤거리는 모습이고,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서는 영화계 눈치를 보느라 아예 얘기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종 정책에 대해 이해 단체들이 반발하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이를 조정하고 설득하는 정치권의 역할이 충분치 못한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정치권이 정치싸움을 오래 하면서 신뢰와 리더십을 잃었고 설득 작업도 부족했다"며 "정치적 목적이 아닌 뚜렷한 소신으로 의연하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적 공감대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국가 전체 이익과 사적 이익을 조정하는 의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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