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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신선처럼 보냈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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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신선처럼 보냈던 여름

입력
2004.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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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땀만 흘릴 게 아니라 저마다 가장 시원하게 났던 여름을 한번 추억해보자. 느티나무 아래에 거적을 내어다 깔고 누워 부채를 부치며 새소리와 매미소리를 듣는 것도 시원할 것이다.그러나 그곳도 원두막만큼 시원하지는 않다. 예전에 방학이 되면 동생과 나는 마당가에 원두막부터 지었다. 큰 감나무 아래에 그 감나무를 한 축으로 굵은 나무 세 개를 더 세우고 키 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에 허공 다락을 만든다. 다락은 보릿짚 위에 멍석을 깐 다음, 다시 매끈한 왕골자리 한 잎 더 올려서 깐다. 감나무 잎이 충분히 해를 가려주지만, 저녁때 모기가 달려들지 못하도록 방 모양의 모기장을 칠 수 있게 헐렁 지붕도 만든다.

동생과 나는 식구들과 따로 밥도 그곳에서 먹을 때가 많았다. 어머니가 밥상을 가져오면 우리가 덜렁 위로 들어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찮기도 하셨을 텐데 어머니는 "내가 사람이 아니라 신선을 낳은 죄로 마당 심부름이 많다"며 찐 감자나 찐 옥수수 같은 간식거리와 마당가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자두와 포도를 수시로 따 날라주셨다. 그때는 여름이 이렇게 더운지 몰랐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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