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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체계적인 독서방법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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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체계적인 독서방법 가르쳐야

입력
2004.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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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방학이나 휴가철을 맞은 사람들이 꼭 책 읽기를 다짐한다. 오래 벼르던 대하소설을 읽을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전을 통해 스스로를 뒤돌아보려는 사람도 있고, 역사책이나 교양과학 책을 읽으며 견문을 넓히려는 사람도 있다.어떤 대학생들은 긴 방학을 이용해서 사상서 원전을 읽음으로써 지적 토대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해서 이제 행복한 책 읽기의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러한 다짐과 시도에는 책 읽기의 즐거움보다 책 읽기의 괴로움, 부담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위인의 말씀을 우리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귀에 새길 듯이 들어왔다. 그 금언의 무게는 아무래도 학생들이 가장 무겁게 느끼게 마련이고, 그 부담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추천 도서 목록으로 집약된다. 대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나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또는 '논어'나 박지원의 '열하일기'로 시작되는 그 목록은 선인들이 세상에 남긴 서 말의 구슬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하지만 문제는 목록 어디를 봐도 그 구슬을 어떻게 꿰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가짜 구슬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조차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얼마쯤은 이 막막함이 아직 옥석을 구분할 수 없는 우리 학생들이 진 부담의 무게를 더 무겁게 하는 것이다.

이만하면 학생들로서는 괴테는 드 네르발의 번역으로 읽고 포우는 보들레르의 번역으로 읽도록 하는 프랑스의 독서전통과 지성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유럽의 교육방식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좀더 올바르고 책임 있는 도서목록이라면 추천할 만한 책을 정확하게 가리켜야 한다. 책의 본질은 제목이 아니라 내용을 담은 한 문장, 한 문장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관되는 여러 책들을 잘 안배하여 더욱 체계적인 독서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책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많게는 20여 종이 넘는, 같은 제목의 책들 사이에서 방황하고 그 책을 넘어서면 또 다시 다가오는 거대한 책의 산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교육자와 연구자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권영전 연세대 인문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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