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땡볕 아래 노출열기가 뜨겁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눈 흘김을 당했던 배꼽티는 이제 노출 축에도 끼지 못한다. 어깨며 등허리를 몽땅 드러낸 끈없는 원피스에 골반뼈가 훤히 드러나는 로라이즈(Low-rise) 진, 가슴을 몽땅 드러낼 듯 깊이 파인 블라우스 등 노출은 이제 일상일 뿐 패션이 아니다.패션이 새로움과 개성 추구의 산물이라면 올 여름엔 벗은 몸이 아닌 ‘꾸며진 몸’이 주인공. 다양한 패션타투(Fashion Tattooㆍ패션 문신)가 주목받는 이유다.
패션 1번지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난 홍미영(28ㆍ강남 청담동)씨는 로라이즈 진에 하얀색 탱크탑(몸에 착 달라붙는 소매없는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 자체로도 대담한 노출이었지만 정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엉덩이 뒤쪽 바지위로 드러난 맨살 위에 새겨진 화려한 장미꽃 문양 패션타투였다. “맨 살 그대로는 좀 촌스럽잖아요. 뭔가 강렬한 섹스어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패션타투가 노출패션의 핵심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문신이라면 조폭문화를 떠올리며 등에 새겨진 현란한 용 문신을 생각하지만 패션타투는 트렌드리더들이 즐겨찾는 소품이다.
1~2년전부터 인도 여행객들의 짐속에 관광상품으로 들어온 ‘헤나’를 비롯 크리스탈 타투, 스티커 타투, 에어브러시 타투 등이 이런 패션타투에 속한다.
패션타투는 기존 문신과 달리 1~2주면 서서히 지워지는 비 영구적 문신법이다. 피부에 상처를 내 염색하는 것과 달리 고통없이 새길 수 있고 가격도 싸다. 크기나 문양,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재료비는 보통 스티커가 1,000~3,000원, 헤나는 5,000~2만원, 크리스탈 1만원, 에어브러시 3,000~1만5,000원선이다.
패션타투는 일상화한 노출에 자신만의 개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장신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점이 매력이다.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의 패션현상을 지칭하는 키워드 ‘패션드 바디(Fashioned Bodyㆍ 패션화한 몸. 몸 만들기나 꾸미기 등 몸 자체가 패션현상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쓰인다)’를 이처럼 쉽고 재치있게 보여주는 장치도 드물다.
패션평론가 허준씨는 “과거엔 옷을 통해 인체를 과장했지만 최근엔 몸짱 열풍에서 보듯이 몸 자체를 만드는 것이 트렌드”라면서 “패션타투의 인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패션타투의 인기는 인터넷 타투업체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999년부터 타투관련 상품 및 서비스 판매를 해온 타투박스(www.tattobox.co.kr) 운영자 이정우씨는 “2002 월드컵이 패션타투 인기의 기폭제”라고 말한다.
그 전까지는 진짜 문신족 위주로 운영되던 인터넷 타투업체들이 태극문양 페이스페인팅의 대대적인 인기몰이 시점을 분수령으로 패션타투 마니아들 위주로 바뀌었다. 위험부담 없이 쉽게 신체장식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한다.
“게시판에 올라온 타투마니아들의 글을 보면 요즘 사람들은 맨 살 그대로는 좀 식상해하는 것 같아요. 꾸며진 신체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고 할까요. 특히 노출이 많아지는 7,8월이 최고 성수기인데 이때는 월매출이 2억원 가까이 되죠. 패션타투 문양 한 개에 기껏해야 2,000원~ 3,000원짜리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기인 셈이지요.”
패션타투 마니아는 여성과 남성 비율이 6:4 정도다. 액세서리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호응이 좀 더 높은 편. 선호하는 무늬도 차이가 있다.
남성은 주로 용무늬를 찾고 여성은 나비나 장미꽃을 선호한다. 이정우씨는 “기존 문신이 충성의 맹세나 주술적 상징을 표뜻한다면 패션타투는 섹시함과 개성 같은 장식적인 욕구에 치중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는 무늬가 선호된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사진제공 타투박스
● 패션타투, 어떤게 있나
스티커: 즉시 이용할 수 있고 화려한 색감을 즐길 수 있어 요즘 많이 나간다. 문양이 새겨진 스티커를 어깨나 가슴 윗부분, 팔뚝 등 원하는 부위에 댄 뒤 젖은 솜으로 꾹꾹 눌러주고 스티커 비닐을 살짝 떼어내면 그만이다. 수명은 1주 정도.
헤나: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사용하는 천연 피부염색제로 헤나 가루에 레몬즙, 헤나오일 등을 섞어 반죽한뒤 원하는 부위에 붓이나 깔때기 모양의 헤나전용 펜으로 문양을 일일이 그려넣는다. 말리는 데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며 수명은 보름정도. 갈색 헤나는 천연 그대로의 색상으로 피부에 무해하다. 검정색은 화학염료를 섞은 것이므로 피부트러블의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한다.
크리스탈: 자잘한 큐빅을 피부에 직접 붙이는 형태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가슴 윗쪽이나 얼굴에 붙이는 것이 가장 일반적. 섹시한 멋으로 밤의 파티차림에 잘 어울리지만 물에 젖으면 쉬 떨어진다.
에어브러시: 피부에 문양 틀을 대고 착색제를 에어브러시로 분사해 그림을 그리는 방법으로 착색제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제품들이 들어와 있다. 수명은 2~7일 정도이며 마음에 들지않으면 클렌징오일로 바로 지울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