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변호사들은 영미법계(이하 미국)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게 법률시장을 모조리 점령당하고 그들의 로펌(법률회사)에 고용되는 식민지 백성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김영삼 정권 초기 정권지지도가 90%를 넘을 정도였던 주요 원인의 하나가 국민이 원하는 사법개혁의 추진이었으며, 당시 필자가 대표로 있는 법률소비자연맹에서는 사법개혁의 요체로 첫째 법관과 검찰 책임자의 주민직선제, 둘째 기소와 재판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배심제, 셋째 법조인력의 대폭확충과 전문성확보를 위한 로스쿨(법학대학원) 제도의 도입 등을 주장하면서 12대 사법개혁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때 한국의 사법개혁 열풍을 부러워했던 일본이 국가발전 인프라 중의 인프라인 사법시스템 개혁에 뒤늦게 나서 배심제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법개혁에 성공하고 있다.
최근 세계경영연구원이 국내 105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법률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1%였으며,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87%인 데 반해, 반대의견은 6%에 불과했다고 한다.
미구에 닥칠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을 위한 대비책이 아니라도 민생경제, 사회통합 및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국방 등 각분야의 인프라로서의 법과 사법(司法)의 민주성, 전문성, 공정성 담보를 위한 사법개혁의 문제는 국가발전과 존망의 관건이다.
한국 법조계의 실태로 '간판은 종합병원인데, 전문의는 한명도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바, 로스쿨 제도의 장점과 우리의 법조인 양성·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갈파한 말이다.
즉, 한국에서는 학력과 전공이 없더라도 사법시험에 패스만 하면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될 수 있고, 정년까지 또는 죽을 때까지 그 신분과 '철 밥그릇'을 유지할 수 있지만, 미국의 법조인 양성제도는 반드시 4년제 또는 6년제 대학 학부 전공을 마치고 대학원 과정에서 사법실무, 판례중심의 법률교육을 수료하고 전통 있는 로펌에서 다시 수련과정을 마친 후 대학학부 등의 전공을 살려 의료사고 또는 조세분쟁 등의 한가지 분야에만 종사한다.
그러나 한국의 변호사들은 개념도 모르는 모든 분야, 즉 의료, 교통, 건설, 민사, 형사, 가사, 조세, 금융, 노무, 특허 등 100가지 분야의 전문가로 행세하며 사건수임을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제 법률시장에서 행세를 못하는 것을 물론이고 법률소비자들에게도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변호사회가 로스쿨 도입을 반대한다고 하여 사법개혁에 찬물을 끼얹었는데 그 이유를 보면 국가발전이나 법률소비자의 권익보다는 변호사 직역이기(職域利己)에 연연하는 모습인 바, 그간에는 반대이유로 영미법계와 법체계가 다른 대륙법계인 일본과 한국은 배심제와 로스쿨이 맞지 않는다고 강변해 왔으나, 근년에 일본이 로스쿨제 등을 도입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변호사회는 물론이고 법관이나 검찰 등 예비적 변호사들이 부디 대롱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국가발전과 사회통합의 기반으로서의 사법개혁에 애국심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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