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아이오와주 데이븐포트에서 유세 맞대결을 벌인 4일, 두 대선후보를 가장 반긴 사람은 열성 지지자들이 아니라 바로 은행 강도들이었다.데이븐포트에 두 후보가 동시에 들이닥치면서 '요인 경호'가 '민생 치안'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바람에 이날 오전 1시간 여 만에 은행 3곳이 털린 것이다.
은행이 처음 털린 시각은 케리가 이날 첫 유세에서 한창 열변을 토하고 부시가 비행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던 오전 10시45분. 이어 30분 간격으로 은행 두 곳이 더 강도를 맞았다. 일당의 연쇄 범행이 아니라 3명의 강도가 서로 다른 은행을 턴 것으로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 강도들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데이븐포트의 경찰은 되려 당당하다. 돈 가노 경위는 "나는 하나도 놀랍지 않다"며 "157명의 경찰이 대선 후보 2명을 경호하는 동시에 9만8,000명이 사는 도시까지 챙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 다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 경찰은 은행강도 사건이 벌어지기에 앞서 언론에 대고 "은행을 털기엔 최고의 날이 아니냐"고 농담까지 했는데, LA타임스는 "경찰이 강도에게 조언을 한 꼴"이라고 비꼬았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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