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해물 요리는 다루기가 어렵다고 한다. 싱싱한 재료를 구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닌 까닭이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고 보니 도심에서 해물찜 전문점을 찾아 보기도 쉽지 않다.서울 강동구 길동 4거리 인근에 최근 해물찜 전문점 ‘황도낙지아구마당’이 문을 열었다. 이름에서처럼 낙지나 아구 등 갖가지 해물들을 모두 생물(生物)들로만 요리해 내놓는다는 것이 남다르다.
식탁에 오른 해물 요리에서도 바다의 싱싱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메뉴판에는 해물찜이라고 적혀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생해물찜’이다. 주인 정경진씨가 매일 새벽 수산시장에 나가 가져온 싱싱한 것들만을 재료로 사용해서다. 하루 3시간밖에 자지않는다는 그는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구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신선한 해물을 얻는다”고 말한다.
해물찜 가운데에는 커다란 낙지가 놓인다. 서해안에서 갓 올라온 뻘낙지다. 값이 좀 싼 배낙지나 그물낙지를 쓰지 않는 것은 맛 때문이다. 뻘낙지는 오래 삶아도 질겨지지 않는데 실제로 씹어 보면 덩치가 큰데도 연하고 부드럽다.
가장 자리에 가지런히 놓인 새우들은 큼지막하다.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나오는 왕새우, 즉 대하다. 일반 유통되는 새우 중 가장 크다는데 길이가 어린 아이 손 한뼘은 될 듯 싶다.
딱딱함의 대명사인 갑오징어도 크고 육질이 두꺼운데도 막상 먹어보면 부드럽다.
냉동이 아닌 생물이어사다. 콩나물 미나리 대파 등 야채에 껍질을 미리 까 놓은 중간 크기의 새우(칵테일 새우), 소라, 키조개 등도 넉넉하다. 냉동된 재료들이라면 질거거나 냄새가 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맛을 보면 그리 맵지않다. 국산 태양초와 청양고추를 적당히 섞어 만든 양념을 사용하는데 신선함을 더 맛보라는 배려에서다. 매운 맛이 재료 자체의 싱싱함을 가려서는 안된다는 것.
맵지 않으니까 어르신들이나 아이들도 잘 먹는다. 그래도 맵다면 조개탕 국물로 목을 축이면 시원하다. 조개가 푸짐히 들어간 맑은 국인데 한 그릇에 1만5,000원짜리이지만 해물찜을 시키면 공짜로 서비스된다.
여러가지 반찬 중에 해물 겨자채가 눈에 띈다.
당일 재료중 남은 것은 겨자채로 쓴다고 한다. 낙지는 머리를 따로 삶아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을 빼놓을 수 없다. 손님들이 “내 낙지 먹통 달라”고 미리 얘기하기도 전에 잘 삶아서 나온다. 낙지 머리는 삶는 데 시간이 더 걸려 나중에 나온다.
각종 야채와 어우러진 해물을 철판 위에 구워 먹는 해물철판도 별미다.
적당히 들어간 다대기가 맛을 돋워져 여럿이 같이 먹다 보면 금방 바닥이 보이기 일쑤. 산낙지볶음과 산낙지전골, 고춧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소스에 볶은 어린이 낚지볶음 등도 추천할만 하다. 벽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야외에 앉아 있는 느낌을 준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메뉴와 가격/점심 메뉴로 호박죽, 낚지볶음, 버섯샤브샤브, 수제비가 나오는 황도낙지 정식이 잘 나간다. 9,000원, 낙지비빔밥 6,000원. 일품요리로 해물찜 5만~7만원. 산낙지볶음 2만~3만원.
●영업시간 및 휴일/ 밤12시까지, 연중무휴
●규모 및 주차/ 150석, 방과 단체석도 구비. 주차장이 넉넉하고 발레파킹까지 무료.
●찾아가는 길/ 길동 4거리에서 상일IC 방향으로 1㎞.
●연락처/(02)471-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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