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을 했고, 딸까지 낳았다.'기독교의 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러한 주장은 의외로 뿌리가 깊다. 중세에 폭 넓게 퍼진 이교의 교리뿐 아니라 수많은 예술과 문학작품, 예를 들면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1년)나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년), 베스트셀러 소설 '다 빈치 코드'에서도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예수가 생생하게 등장한다.
이를 단순히 예술적 상상력을 동원한 픽션으로 치부했던 사람들에게 미국 가톨릭 학자인 마가렛 스타버드의 책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루비박스 발행·사진)는 충격을 줄 만하다. 성경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신학자인 저자가 기독교에서 신성하게 여겨온 성가족의 순결을 의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의문은 20여년 전에도 제기됐다. 바로 마이클 배전트 등이 1983년에 내놓아 파문을 일으켰던 '성혈, 성배'라는 책이다.
스타버드도 이 책을 읽고 충격을 받아 이를 반박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9년간 연구 끝에 나온 그의 결론은 정반대였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는 결혼을 했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지자 마리아는 이집트로 도망쳐 딸을 낳은 후 프랑스 프로방스로 옮겨갔다고 보았다.
'왕족의 피를 질그릇(성배)에 담아 옮겼다'(고린도후서 4장 7절)는 구절도 사실은 마리아의 임신과 출산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성서에는 예수가 결혼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지만, 반대로 결혼하지 않았고 결혼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나 맹세를 한 어떤 증거도 없다고 했다. 또 마리아가 창녀라는 언급이 성경 어디에도 나오지 않으며 후에 잘못 해석됐다고 주장했다.
KNCC의 김태현 목사는 "주장 자체를 수용하기 힘들지만, 예수를 신비적 대상으로만 보지않고 인간적인 예수를 강조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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