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샛별 옐레나 이신바예바(22)는 1년 사이에 세계기록을 무려 여섯 차례나 깼다. 지난해 7월 4m82에 걸렸던 바는 1∼3㎝씩 올라가더니 지난달 31일 마침내 4m90에 걸렸다.새처럼 가뿐히 4m90을 넘은 이신바예바는 '마(魔)의 5m'에 가장 근접한 여성이 됐다. 현재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랭킹 1위.
이신바예바는 실력만큼이나 미모도 빼어나다. 174㎝, 65㎏의 늘씬한 몸매, 뚜렷한 용모에 살인적인 미소까지 갖추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선 동메달에 그쳤지만 방송카메라는 그의 모습만 쫓아다녔다.
여자 장대높이뛰기는 '스포츠 뷔페'다. 25m(출발선∼도약대)를 질주하는 스피드, 장대를 꽂고 박차 오르는 폭발력, 아슬아슬 바를 넘는 유연한 몸 동작까지 육상 단거리와 필드종목, 기계체조가 어우러진 '백화점 종목'이다. "스포츠를 가장한 예술"이라는 찬사도 있다.
아테네에서 여자 장대높이뛰기는 최고의 빅매치가 될 것이다. 이신바예바와 함께 '러시아 듀오'인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24), 이 종목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2000시드니)인 '노장' 스테이시 드래길라(33·미국) 등 '장대 미녀 3인방'이 눈금 전쟁을 벌인다. 올림픽을 앞두고 몇 달 동안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기록 경쟁이 이어졌지만 최근 이신바예바의 신들린 활약에 나머지 두 명의 기세가 한풀 꺾인 형국이다.
볼가강 하류의 공업도시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 출신인 이신바예바는 15세 때까지 기계체조선수로 활동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키가 크는 바람에 장대높이뛰기선수로 전향했지만 기계체조의 기본기술을 장대높이뛰기에 접목해 바를 넘는 공중동작은 누구보다 매끄럽고 유려하다.
시드니에서 드래길라가 4m70을 넘고 금메달을 땄을 때 주니어 세계기록보유자 자격으로 나선 이신바예바는 4m50을 넘었으니 4년 사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그는 "고향에서 연습할 때 5m도 넘었다"고 호언장담한다. 사실 이신바예바는 드래길라나 페오파노바가 새로운 기록을 세울 때마다 얄밉게도 며칠 안돼 1㎝씩 그 기록을 앞서가고 있다. 신기록 상금(5만 달러) 때문에 일부러 기량을 아끼고 있다는 '의혹'을 살 정도다.
이신바예바가 아테나 여신의 도시에서 '장대여왕'으로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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