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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들여 설치 현금승차권 발급기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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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들여 설치 현금승차권 발급기 "무용지물"

입력
2004.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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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급해주는 기사도 없고, 챙겨가는 승객도 없고….'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맞춰 약 20억원을 들여 설치한 버스 일회(현금)승차권 발급기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버스기사가 현금승차 승객에게 영수증처럼 발급해주도록 돼 있는 일회승차권은 서울시가 지난달 1일 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면서 운영수익 투명화를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 그러나 승차권 발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 현금승차시 승차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승객도 거의 없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현금승차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6개월 후면 사라질 시한부 장치에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발급해봤자 쓰레기더미

기자가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간 23개 간선버스에 현금을 내고 승차해 본 결과, 버스기사가 승차권을 발급해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몇몇 버스는 발급기의 전원마저 꺼둔 상태로 운행하고 있었다.

한 버스기사는 승차권을 요구하자 "가져가 봤자 쓸모도 없는데 굳이 왜 달라느냐"며 "환승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번거롭게 왜 이런 걸 발급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버스기사 한모(48)씨도 "버스 개편 초기에는 일일이 승차권을 발급해줬지만 챙겨가는 승객이 거의 없어 버스바닥에 쓰레기더미로 나뒹굴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버스 승차권 발급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서울시도 실질적인 현금승차 비율을 파악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버스 승객 중 현금승차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 수익 투명화는 고사하고 버스 수송분담률도 정확하게 산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버스기사들이 충실하게 승차권을 발급하는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불시에 단속반을 투입해 실태점검에 나서는 등 후속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지도·단속시 승차권을 발급하지 않는 것이 발각된 업체에 대해서는 운영수익 배분시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다.

"고작 반년 사용하라고…"

그러나 내년부터는 버스 현금승차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고작 반년간 사용할 발급기에 돈을 들여놓고 규제까지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지난달 1일 버스체계를 개편하면서 2005년부터는 현금승차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안내문을 통해 이를 공고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환승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현금승차는 승객에게도 손해이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현금승차를 완전히 금지키로 했다"며 "불가피하게 현금승차를 해야 하는 승객들을 위해 지하철처럼 정류장에 발급기를 설치하거나 가판 매표소에서 표를 살 수 있게 하는 등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서울시가 요금수입의 정확한 정산과 무임승차 방지라는 명목 하에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을 제도를 강행하고 있다"며 "시민불편은 나 몰라라 한 채 승차권 발급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운수업체를 못 믿어서 그런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글·사진=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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