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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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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신부수업'

입력
200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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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폭력, 욕설없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려니 힘드네요. 하나님의 은총과 기자님의 은총이 함께 하길 빕니다.”시사회에서 ‘신부수업’(감독 허인무)의 주연 권상우는 애교와 재치를 반씩 섞어 인사를 건넸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감동 어린 성장통을 보여준 권상우는 이번엔 ‘신부수업’으로 사랑의 관문 앞에서 머뭇대는 20대의 번민을 보여준다.

애인과 하나님 앞에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방황하는 신부 지망생이라니, 얼마나 드라마틱한가.

사제 서품을 받기 한 달 전인 신학생 규식(권상우)과 삼촌이 사제로 있는 시골 성당에 놀러온 봉희(하지원)의 로맨스는 성역 없는 사랑의 위대함을 증언하려는 듯하다.

그런데 사랑을 앞둔 신부의 번민은 규식의 유약한 이미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흘린 눈물에 진한 소금기가 느껴진다면, ‘신부수업’에서 조금 더 자주 흘리는 눈물은 소금기가 휘발된 듯하다.

“자매님, 이러시면 안 되요” “아 너무 일방적이셔” 같은 폭소를 유발할 듯한 그의 수줍은 농담도 자주 듣다보면 면역이 생긴다. 권상우와 하지원이 처음 만나자마자 키스를 하게 되는 에피소드는 황당한 촌극을 보는 듯하다.

촬영지인 경북 낙산성당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은 조금 실없어 보일 수 있는 사랑의 에피소드에 해독제 노릇을 한다. 온통 사방에 촛불을 켜놓고 서로의 마음을 은밀하게 짚어보는 장면 등 영혼이 절로 정화될 듯한 곱고 맑은 풍경도 적지는 않다.

그러나 드라마를 짜는 그물코가 성기다 보니 주연보다는 오히려 조연이 돋보인다. “여자는 사람이 아니야. 은총이지” “에로영화 처음 볼 때보다 더 떨린다” 같은 말썽꾸러기 예비신부 선달(김인권)의 ‘어록’은 기억해둘 만하다. 5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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