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신라, 왜구의 배를 실물 크기로 재연해낸 배 위에서 깃발이 휘날린다. 무장한 군사들이 큰 북을 두드리자 배들이 저마다 바다로 항진하기 시작한다. 3일,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해신'의 제작 발표가 있었던 전남 완도군 완도읍 대신리 소세포 오픈세트장은 1,200년 전 청해진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11월 17일부터 방영되는 KBS 2TV 수목드라마 '해신'(극본 박상현·연출 강일수)은 세트 제작비와 미술비용에만 50억원이 들어가는 대형사극. 그 무게답게 연기력과 인기에서 이미 검증된 최수종과 채시라를 투 톱으로 내세웠다. '애정의 조건'으로 눈코 뜰새 없는 와중에도 욕심을 내 장보고(최수종)의 라이벌인 가상의 인물 자미부인 역을 맡은 채시라를 만났다."'애정의 조건' 출연 제의를 받은 다음날 김종학 감독이 '해신'의 자미부인 역을 네가 해야겠다고 했어요. 저도 대본 받아보고 '야 이건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남편(가수 김태욱)도 너가 해야 된다고 그랬고요."
치켜올라 간 눈꼬리와 광대뼈를 강조한 메이크업을 한 채 농염한 자주빛 한복을 차려입은 채시라를 보고 있자니 절로 그 말에 수긍이 갔다. 일찍이 KBS 사극 '왕과 비'에서 '인수대비'로 나와 천하를 호령했던 여인을 연기한 그녀다. "제가 맡은 자미부인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 권모술수가 가득해서 장보고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대차고 배짱 두둑한 여자에요. 미모와 지략으로 무진주 시전 상권을 손아귀에 넣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할 만큼 욕심과 야망이 한이 없죠."
"금파는 만날 울고불고 남자한테 당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남자들한테 호령도 하고 권모술수도 부릴 수 있어 시원할 것 같아요." 같은 채널의 주말 연속극 '애정의 조건'에서 그녀는 남편과 자식 밖에 모르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한번의 실수(외도)로 이혼 당하고는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금파 역을 맡아 눈물 연기를 펼치고 있다. "제가 극중 아들 수빈의 양육권을 뺏기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미치기 직전까지 가는 모습을 연기한 적이 있는데 시청자 분들이 많이 우셨다고 하데요." 30·40대 주부팬들 사이에서 '수빈이 엄마'로 통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엄마가 되서 그럴까. 그의 자식 사랑의 연기가 그렇게 절절할 수가 없다. 채시라는 "금파는 남편과 다시 재결합한다"고 '애정의 조건' 결말을 살짝 귀띔해 주면서 "나라도 아이를 봐서라도 그렇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채시라의 가정과 자식에 대한 사랑은 금파 못지않은 듯하다. "며칠 전 '애정의 조건' 촬영을 위해 롯데월드에 가서 놀았는데, 아이와 남편한테 미안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저랑 애기 아빠 모두 바빠 아직도 휴가를 못 갔거든요."
/완도=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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