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는 사고 없이 지나가려나."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부터 여름휴가에 들어간 이후 청와대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다. 이는 지난해 여름휴가가 사고로 점철됐던 데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자리를 비우기만 하면 사고가 터지는 징크스도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8월 2일부터 지방으로 여름휴가를 갔지만, 4일에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소식이 날아들었고, 당시 터진 양길승 전 제1부속실장 향응사건도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해 5월 방미 때는 청와대 당직실이 대통령 전화를 받지 않은 사건으로, 6월 방일 때는 현충일과 겹치는 바람에 야당에서 '등신외교' 발언이 나오면서 시끄러웠다. 특히 지난해 10월 '아세안+3'회의 참석 도중 터져 나와 재신임 정국을 부른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사건은 '대통령 부재 징크스'의 결정판이었다.
때문에 3일 국무회의에서 허성관 행자장관 등이 '윤증현 금감위원장 불가론'을 펼친 사실이 알려졌을 때 청와대에서는 "또 부재 징크스냐"며 잠시 술렁거림이 있었다. 한 관계자는 "임명권자가 이미 결정한 사항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통령이 참석했어도 그랬을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원래 국무회의 의결사항이라 토론을 한 것일 뿐이고 달라진 참여정부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한편 휴가 사흘째인 4일까지도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자 청와대 사람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앞으로 연이은 해외순방일정을 염두에 둔 듯 "대통령이 관저에 있으니 사실상 '부재'는 아니지 않느냐"는 농담이 나오는 등 지난해 심하게 겪은 '부재징크스'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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