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걸로 유명한 무골호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화가 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감기약 조치과정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잇따르자 그의 인내심도 바닥을 보인 것이다.김 장관은 지난 2일 심창구 식약청장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보도자료배포 시점을 대부분의 언론사가 쉬는 토요일로 잡은 점, 보도자료 배포 이후 담당 직원이 기자들의 보충 취재를 피해 사실상 잠적한 점 등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김 장관은 "국민과 연결되는 통로인 언론 관계를 이렇게 설정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인데 언론에 팩스 한 장 보내고 일 다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김 장관의 측근은 "장관이 이처럼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을 난생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이후 김 장관은 식약청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를 지시했다. 복지부가 식약청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선 것은 초유의 일. 더구나 늑장대처, 연구보고서의 사전유출 등 언론이 지적한 모든 의혹에 대해 조사하도록 했다. 3, 4일 이틀간의 감사 뒤 5일 보고를 받고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도 하달됐다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감기약 파동은 식약청의 기강 해체를 보여준 것"이라며 "차제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문책할 것"이라고 말해 경우에 따라선 식약청 전면 혁신에 들어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김 장관의 강경한 모습이 식약청뿐만 아니라 복지부 조직 전체를 휘어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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