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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성 까발리는 옴니버스영화 '쓰리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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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성 까발리는 옴니버스영화 '쓰리몬스터'

입력
200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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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문을 나서면서 구토와 어지럼증을 느끼고 싶은가. 그렇다면 ‘쓰리, 몬스터’를 보라. 한국의 박찬욱,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중국의 프루트 챈.3국의 내로라 하는 감독 3명이 각각 30분짜리 1편씩을 만든 이 옴니버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악마의 감수성을 그린 광기의 영화들이다. 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 이병헌ㆍ하세가와 교코ㆍ 량자후이(양가휘) 출연 등 이 영화를 둘러싼 갖가지 화제가 ‘평범할’ 정도다.

첫 포문은 박찬욱 감독의 ‘컷’(Cutㆍ사진)이 연다. ‘올드보이’에서 보여준 박 감독의 가학 성향이 정점에 오른 듯한 작품이다. 흥행에 성공했고, 예쁜 아내(강혜정)를 뒀고, 심지어 착하기까지 한 영화감독 류지호(이병헌)의 집에 괴한(임원희)이 침입한다.

괴한이 류지호에게 살벌한 제안을 한다. 동행한 어린이를 목졸라 죽이지 않으면, 피아노 줄에 매단 아내의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겠다고.

표현주의 연극을 흉내낸 대사와 몸짓, 스크린을 꽉 채우는 밀도 높은 화면 등은 오히려 나중 문제. 박 감독은 무엇보다 착해 보이는 인간내면에 숨겨진 악마적 본성을 그렇게나 까발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서서히 드러나는 류지호의 비열, 외도, 잔인성도 끔찍하지만 잘린 손가락을 믹서기에 갈아버리는 등 ‘목불인견’의 장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관객을 불편하게 하겠다”는 박 감독의 말이 맞다.

휴대폰과 관련된 신종 공포를 다룬 ‘착신아리’로 국내에 소개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두번째 영화 ‘박스’(Box)로 바통을 이어 받는다.

현실과 꿈이 모호하게 연결되고 깨지기가 수차례. 여성 소설가 교코(하세가와 교코)의 집에 17년 전 죽은 쌍둥이 언니 쇼코의 이름으로 초대장이 배달되면서, 진짜 공포가 서서히 드러난다.

시종 불길한 음향이 울려대는 이 영화의 초점 역시 아버지를 독차지하려는 교코의 질투어린 악마성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메스꺼움의 절정은 홍콩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다. 불량만두파동이 가라앉았으니 다행이지, 그 와중에 이 영화가 공개됐다면 만두애호가들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을 뻔했다.

남편(량자후이)이 자신의 몸에 손도 안 대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여배우 칭(미리암 양). 회춘을 위해 ‘특별한’ 만두를 먹기 시작한다.

다름아닌 태아로 속을 만든 만두. 우아하게 생긴 여배우가 오도독 소리를 내며 물만두를 먹는 장면은 엽기에 다름 아니다. 인육의 비린내가 영화 관람 후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여기서 의문 하나. 무엇 때문에 감독 3명은 이런 악마 취향의 영화를 만들었을까. 인간내면에 도사린 악마성을 고발하고 싶어서? 딸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에 대한 새로운 변주를 위해서? 아니면 인간의 탐욕과 낙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분명한 것은 감독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상당히 괴로운 영화라는 것. 영상물등급위원회가 5일 어떤 관람 등급을 내릴지 궁금하다. 20일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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