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승률을 계산하는 공식에 '피타고라스 정리'라 불리는 것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의 이름을 딴 원래 피타고라스 정리는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길이의 제곱은 나머지 두변의 길이를 각각 제곱하여 더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야구의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분모는 총득점의 제곱과 총실점의 제곱의 합이므로, 두변의 길이의 제곱을 더하는 수학의 피타고라스 정리와 유사한 데가 있다.1980년대 초 미국의 스포츠 이론가 빌 제임스가 제안한 이 공식은 승률을 제법 정확하게 예측해 관심을 모았다. 이 공식으로 우리나라와 미국 프로야구 팀의 승률을 계산할 수 있다. 올해 전반기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1순위인 현대 팀의 6월 말까지 기록은 득점 420점, 실점 384점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입하면 승률은 0.545이다. 2004년 현대 팀의 상반기 실제 전적은 '43승31패5무'이므로 승률은 0.581이다. 공식에 의한 승률이 실제 승률보다 약간 낮지만 대략적으로는 맞춘 셈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동부에서 6월 말 기준, 1순위를 달리고 있는 필라델피아 팀은 득점 431점, 실점 357점으로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 승률을 계산하면 0.593이다. 실제 전적 40승36패를 기준으로 승률을 계산하면 0.526이 되므로, 이번에는 공식에 의한 승률이 실제 승률보다 높게 나온다.
야구의 피타고라스 정리를 처음 제안한 빌 제임스는 실제 승률과 공식에 의한 승률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하여 총득점과 총실점을 제곱하지 않고 지수를 2에서 1.82로 약간 낮추었다. 그 외에도 여러 야구 이론가들이 다양한 승률 공식을 내놓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0.5+BX(총득점―총실점)'으로 승률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여기서 계수 B는 시즌에 따라 달라지는 값으로 1969년부터 2003년까지 B는 0.00053부터 0.00078 사이의 수였으며, 그 평균은 0.00065이다. 이 공식은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달리 제곱할 필요가 없어 계산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공식에 따라 B를 평균인 0.00065로 놓고 현대 팀의 승률을 계산하면 0.523이고, 필라델피아 팀의 승률은 0.548이 된다.
공식에 따라 승률을 계산함으로써 향후 팀의 경기 내용이 상승세가 될지 하락세가 될지 예측할 수 있다. 현대 팀의 실제 승률은 0.581인데 피타고라스 정리에 의한 승률은 0.545이므로 올해 말 최종 전적에 의한 승률이 공식에 의한 승률과 같아진다고 가정하면, 후반기에는 다소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현대 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팀의 실제 승률은 0.538이고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한 승률은 0.563이므로 마찬가지 논리에 의해 후반기에는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대로 된다면 수학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공식과 상관없는 결과가 나오면 예측 불허인 스포츠의 묘미를 느낄 수 있으니 어쨌든 후반기가 기다려진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협찬: 한국과학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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