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한국인만을 노리는 테러조직이 있다고 국정원 관계자가 국회에서 증언, 경각심을 한층 크게 한다. 자이툰 부대가 논란 속에 출정한 가운데 김선일씨 피살사건 조사청문회에서 국정원이 밝힌 첩보이기에, 막연하나마 테러 불안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쿠웨이트에서 육로로 이라크 북부 주둔지로 이동하는 자이툰 부대의 안전은 말할 것도 없고, 현지 교민과 아테네 올림픽 참가 대표단 등의 테러 대비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은 물론이다.그러나 이런 당부만 하기에는 석연치 못한 점을 여럿 발견한다. 먼저 국정원은 미확인 첩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테러조직의 이름까지 언급, 언뜻 확실한 정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미확인 첩보라도 국민에게 알려 경각심을 높이는 게 반드시 나쁠 건 없다. 문제는 김씨 사건에서 제 역할을 했는지 도무지 의문인 국정원이 비공개 증언을 통해 사실상 테러 비상을 거는 게 마땅치 않은 것이다. 그런 정도 정보능력이 있다면 어째서 김씨 피랍조차 그토록 몰랐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국가 최고정보기관 답지 않게 막연한 첩보를 거론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미 알려진 자이툰 부대 출정을 굳이 감추고, 환송식까지 몰래 치르다시피 한 의도도 마찬가지로 의심스럽다. 자이툰 부대 출발을 어설프게 숨긴다고 해서, 이라크에서 긴 육로 이동을 하는 과정을 저항세력이 모를 리 없다. 결국 테러 대비 명분과는 달리, 파병부대 안전을 앞세워 파병반대 논란을 피해 가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용렬한 발상이 파병 찬반 양쪽으로부터 당당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불렀다. 정부가 할 일은 제대로 하고, 부담은 그것대로 감당해야 한다. 국민의 테러 경각심을 높이는 데도 지켜야 할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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